마찰빚은 경비원만 계약갱신 거절…법원 "부당해고 맞아"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경비원이 아파트 밖 공간을 청소하라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대표자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서울 용산구의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자치기구를 구성해 경비원 9명 등과 6개월 단위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고 아파트를 관리해왔다. 경비팀장 1명을 제외한 8명은 격일제로 초소 3개에 나눠 근무하는 구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하지만 2020년 5월 경비원 B씨와 입주자 대표 D씨 사이에 아파트 밖 도로까지 청소하는 문제를 두고 다툼이 벌어졌고 B씨는 D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원 9명 전원에 대해 2020년 6월 30일자로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이에 B씨와 동료 C씨는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에 관한 진정을 제기했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7명에 대해서만 2020년 7월 1일자로 재계약 체결을 통보했다.
중앙노동위는 이같은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대표회의는 불복 소송을 냈지만 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B씨가 D씨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낸 건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당시 근로감독관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보면 실제로 D씨가 B씨에게 아파트 밖 공간의 청소를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과연 아파트 밖 공간에 대해서까지 청소를 요구한 것이 정당한 것이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판단했다.
이어 "D씨는 조사 과정에서 B씨가 자신에게 훈계조로 닦달하고 분에 겨워 자신을 향해 떠들어댔다는 취지로 진술한 반면 B씨는 D씨가 처음부터 반말을 하면서 경비업무 외 일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느 일방의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B씨에게 일방적으로 귀책사유가 있다거나 B씨의 귀책사유가 훨씬 중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와 C씨가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에 관한 진정을 제기하긴 했지만 진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유가 주로 법리적인 이유였던 점을 볼 때 이들이 거짓 진정을 제기하는 등으로 위해를 가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9명 중 7명이 모두 재계약이 이뤄졌고 그 전에 이미 1회 이상 근로계약이 갱신되었고, 그 중엔 6~7년간 근무한 경비원도 3명이나 있었던 점을 보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이상 근로계약이 갱신돼온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표회의는 두 사람에 대한 여러 차례 입주민들의 민원제기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자료는 존재하지 않고 객관적인 조사 절차를 거쳤던 것으로 보이지 않아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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