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꽃값'에 상인들 고통 가중
코로나19에 결혼·졸업식 행사 등 취소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화훼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최근 올랐다 내렸다 '널뛰기' 꽃값으로 상인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결혼식과 졸업식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줄어든 꽃 소비로 화훼업을 포기한 농가들이 늘어난 데다, 기상 악화 등으로 출하량이 줄어든 탓이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장미 평균 단가는 1만6326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875원에 비해 약 2배 오른 수치다.
이날 찾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직판장의 생화 도매시장. 줄줄이 이어진 상가들에는 각자 향기를 풍기는 형형색색의 꽃들로 빽빽이 채워져 있었다. 그러나 꽃을 구경하는 손님은 가게 5곳마다 1~2명에 불과할 정도로 한산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11일 찾은 서울 서초구 화훼도매시장. 빽빽이 쌓인 꽃들이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2022.01.11 parksj@newspim.com |
기자가 지나가자 한 상인은 벌떡 일어나 "뭐 찾냐", "궁금한 거 물어봐라"며 호객행위를 했다. 기자라고 밝히자 표정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인근 상인은 호객행위도 포기한 채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화훼업을 시작한 지 3년째라는 이모(32) 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지만, 최근 꽃 가격 폭등으로 손님이 더 줄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가격이 오르면 사는 사람이 적어지는 게 당연하다"며 "최근에는 조금 떨어지긴 했는데 비싸다는 소문이 났는지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입학식과 졸업식 등 각종 행사가 몰려 있는 연말연시에는 꽃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야 하지만 상인들은 평소와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윤자(60) 씨는 "작년도 마찬가지고 지금 졸업 시즌인데 매출이 평소랑 다르지 않다"며 "기념일 있을 때마다 반짝 버는 게 이쪽 일인데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이어 "30년 장사하면서 지금처럼 꽃값이 뛴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물량이 안 들어오면 며칠 사이에 가격이 두 배, 세 배씩 뛰고 꽃은 안 팔려 쌓여간다"며 "쌓일수록 다시 가격이 내려가는데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11일 찾은 서울 서초구 화훼소매시장. 형형색색의 꽃다발 등이 진열돼 있지만 구경하는 손님은 없다. 2022.01.11 parksj@newspim.com |
도매시장을 찾은 소매상인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경기 용인시에서 개인 꽃집을 운영하는 김현지(29) 씨는 "도매가격을 비싸게 들여와도 저희는 가격을 올릴 수 없다"며 "가격이 오를 때마다 그대로 타격을 입는다"고 토로했다.
실제 소매상가가 모여 있는 '지하꽃상가'에는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어 썰렁했다. 도매상가에는 드문드문 꽃을 구경하는 손님이 있었지만 이곳에는 상인들만 꽃다발 등을 조용히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말소리조차 전혀 오가지 않는 상가에는 꽃을 포장하는 소리만 들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급 감소와 기후 변동이 꽃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식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회장은 "코로나19 때문에 꽃 소비가 줄면서 다른 작목으로 전환한 농가들이 많아 공급이 떨어졌다"며 "화훼 특성상 공급이 조금만 모자라도 가격이 크게 오르고 조금만 비싸지면 다시 급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aT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많았다"며 "게다가 지난해 여름 기온이 높으면서 비가 많이 왔고 겨울철에는 추워 화훼 생육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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