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인수절차 착수한 대유위니아...사내복지도 공유
"쌍방대리 몰랐으니 무효"...대응수위 높인 홍원식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대유위니아 그룹과 '예약 매각'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경영자문을 앞세워 사실상 기업통합 절차를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앤코와 법적분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대유위니아 측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앉히고 직원 복지제도를 공유하는 등 대유와의 교류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반면 한앤컴퍼니를 상대로는 이면계약과 쌍방대리를 문제 삼으며 매각 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남양유업 주요 보직에 대유위니아 인사 선임...'법률위반 소지' 지적도
12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최근 기획지원실장, 마케팅본부장, 영업본부장, 매니지먼트총괄, 제조총괄, 경영기획담당에 대유위니아 그룹에서 파견된 인사들을 선임했다.
대유위니아그룹 사외이사였던 박현철씨는 남양유업 매니지먼트 총괄을, 신중철 위니아딤채 전무는 영업본부장을 맡기는 등 6개 주요 핵심 보직을 대유위니아 측 인사로 채운 것이다. 여기에 남양유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유위니아의 복지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회원가입을 열어두는 등 복지 프로그램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양유업 측은 대유위니아와 맺은 상호협약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홍원식 회장 등 남양유업 대주주 측은 지난해 11월 대유위니야 그룹과 조건부 상호협력 이행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앤코와 법적 분쟁이 해소될 경우 대유위니아에 남양유업 지분과 경영권을 이전한다는 '예약 매각 계약'이다. 해당 계약에는 남양유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유위니아의 자문활동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10.08 leehs@newspim.com |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한앤코와 법적분쟁이 진행 중인데다 대유위니아와 계약도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기업결합과 유사한 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일정규모 이상인 회사의 기업결합에 대해 사전 신고를 의무화 하고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계약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편 회사 인사가 경영에 참여하는 등 기업결합효과를 누릴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다소 법률적인 문제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아무래도 영업비밀 유출 등 우려가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M&A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고 말했다.
관련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유위니아 측 전문가들은 상호협약에 의한 자문활동을 위해 파견된 것으로 보고나 결제가 아닌 경영 관련 자문이나 조언을 하는 역할"이라며 "남양유업 직원이 아니므로 보수나 급여도 대유 소속으로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매각 계약 무효" 한앤코 대응 수위 강화하는 홍원식
대유위니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반면 한앤컴퍼니를 대상으로는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측은 지난 7일 한앤컴퍼니가 제기한 계약이행금지 가처분 소송 심문기일에서 계약 무효 공세를 펼쳤다. 그간 매각 결렬 사유로 주장했던 이면계약 누락을 강하게 주장하고 김앤장과의 쌍방대리도 문제 삼았다.
홍 회장 측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엘케이비)는 한앤코와 매각계약 체결 과정에서 백미당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임원진 예우 등을 명시한 조건에 대한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또한 당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홍 회장 측과 한앤코의 법률자문을 동시에 맡은 사실을 몰랐다며 김앤장이 홍 회장에 불리한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M&A업계 관계자는 "별도합의가 있었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을 경우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문자메시지가 오간 정도로 이면합의를 인정받기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쌍방대리 건도 M&A 자문만으로 법적으로 문제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2.01.11 romeok@newspim.com |
홍 회장 측 입장에서는 대유위니아와 '예약 매각 계약'을 맺은 이후 한앤코와 법적분쟁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오너리스크가 지속되면서 남양유업의 기업가치도 하락세를 걷고 있다.
2009년 이후 줄곧 연 매출 1조원 이상 유지했던 남양유업은 지난 2020년 매출액 9449억, 영업적자 771억을 기록하며 1조 클럽 타이틀을 반납했다. 지난해에도 불가리스 논란을 시작으로 오너일가의 매각 결렬 사태가 이어지면서 타격을 입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7105억, 영업적자 580억을 냈다.
마트와 편의점에서의 입지도 줄었다. 남양유업 우유 제품의 품목별 POS 소매점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377억1500만원으로 2020년 1489억600만원 대비 7.5% 내려앉았다.
업계 관계자는 "유업계 경쟁사들은 미래 먹거리 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남양유업은 오너리스크 대응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인수합병 계약이 완료되지도 않은 채 대유위니아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앉힌 것도 경쟁에 뒤쳐질 수 있다는 조급함이 반영된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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