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정명령 위반해 기소…1·2심서 벌금형
"법률 개정으로 시정명령 위반행위 범죄 안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법원이 지난해 법률 개정으로 해직 교직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규약 부칙이 더 이상 법 위반이 아니라며 면소 판결을 내렸다.
면소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범죄 후 법령 개정 또는 폐지 등 이유로 사법적 판단 없이 형사 소송을 종료하는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석웅 전 전교조 위원장(현 전라남도 교육감)과 전교조에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면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12년 9월 '부당하게 해고된 교원은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 전교조 규약 부칙 조항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장 전 위원장과 전교조는 이행 기한까지 이를 시정하지 않아 행정관청의 노동조합 규약 시정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전교조가 교원노조법상 교원이 아닌 해직 교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한 위법 행위를 시정하라는 정부 명령이 적법하다며 장 전 위원장과 전교조에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선고 이후인 지난 2021년 1월 교원노조법이 개정되면서 교원 뿐만 아니라 '교원으로 임용돼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노동조합 규약으로 정하는 사람'도 교원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 시정명령은 해직 교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이 구 교원노조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를 시정하라는 취지"라며 "그 처분사유의 근거법령이 법률 개정에 따라 삭제됨으로써 종전까지 금지하던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법령이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시정명령은 그 처분사유의 법령상 근거를 유지할 수 없게 됐고 시정명령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행정목적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교원노조법 개정은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관해 오랜 기간 사회적 논란이 이어져온 상황에서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이를 허용하기로 입법적 결단을 한 것일 뿐 아니라 교원 노동조합 제도를 국제적 규범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직 교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교원 노동조합 규약에 대해 시정을 명하거나 그 시정명령 위반행위를 범죄로 인정하고 처벌한 것 역시 부당했다는 반성적 고려를 전제하고 있다"며 "이 사건 시정명령 위반행위는 형법상 '범죄 후 법령의 변경에 의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해 원심을 파기하고 면소 판결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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