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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회장' 물러난 정몽규, 지주사 회장은 그대로...'경영라인' 변화 없다

기사입력 : 2022년01월18일 06:01

최종수정 : 2022년01월18일 06:01

정몽규 회장 '대주주 책임론' 강조
건설 회장 상당 기간 공석 될 듯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7개월 새 2건의 대형 인명사고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이 결국 그룹 총수의 회장직 사퇴라는 카드를 꺼냈다. 자칫 1년 영업정지 이상 규제를 비롯해 회사 존립 여부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어쩔 수 없는 '고육책(苦肉策)'이란 평가다.

다만 "경영자로선 물러나지만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만큼 정몽규 회장은 향후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것이 예측된다. 정 회장은 건설부문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사임했지만 그룹 총수인 지주사 회장직은 놓지 않는다. 또 건설부문 회장은 공석으로 비워둘 예정인데다 현 사장인 유병규 사장 역시 지금으로선 유임될 가능성이 커 전폭적인 조직 변화는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 우세하다.

18일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사임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광주에서 발생한 두 사건에 대한 책임 통감하며 저는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2022.01.17 mironj19@newspim.com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최근 7개월 새 광주광역시에서만 두차례 벌어진 대형 인명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회장직을 물러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23년동안 회사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고객 신뢰를 지키고자 했지만 이번 사고로 그런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돼 마음 아프다"며 이같이 말했다.

◆ 정몽규, 지주사 회장은 그대로...건설 회장은 공석으로 둘 듯

하지만 정몽규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HDC현대산업개발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 회장이 사임한 '회장직'은 건설부문의 회장이다. 건설부문 회장은 건설사 경영을 총괄지휘하지만 '오너'이자 그룹 총수인 정 회장은 계열사 경영보다는 그룹차원의 관리를 맡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적인 경영은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사장이 맡고 있다.

아울러 정 회장은 회장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동시에 "회장직은 사임하지만 대주주로서 책임은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이 발언은 넓게 해석하면 결국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이 아닌 어떤 형태로든 경영 참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그룹사 운영 상황을 볼 때 오너인 회장이 특정 계열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보기 드물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공식적인 '보고라인'에서 벗어났을 뿐 회장 재임시기와 딱히 달라질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현대산업개발은 정 회장의 사임으로 빈 회장직을 공석으로 남겨둘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없어도 되는 자리'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사장은 전문경영인이 맡아 회사를 경영하고 종합적인 운영은 오너 출신인 총수가 맡는 현행 재계 상황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의 거취도 아직 미지수다.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에 따라 승진한 유병규 사장은 사실상 취임과 동시에 이번 사고를 겪게 됐다. 하지만 올해 대표이사로 선임된 유 사장에게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 시각이다. 더욱이 이날 정몽규 회장의 회장 사퇴 발언에서도 유 사장의 거취는 언급되지 않았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현장에서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2.01.12 kh10890@newspim.com

현대산업 관계자는 "이번 입장문에서 언급되지도 않은데다 사고의 책임도 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유병규 사장 교체를 추진할 계획은 당분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현산 경영라인은 그대로..."2세 경영 빨라질 것" 

이에 따라 현대산업개발은 외형과 달리 실제적인 '경영라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주사 회장인 그룹 총수 정몽규 회장 위상이 여전한데다 건설부문 회장은 공석이며 유병규 사장 역시 유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당장은 사고원인 조사와 사고 수습에 전념해야하는데 경영진의 대폭 교체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사임한 만큼 건설부문 업무에 대해선 일체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참에 HDC현대산업개발의 2세 경영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정 회장의 빈자리를 지금은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자녀들이 메울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환갑을 맞은 정 회장은 슬하에 3남이 있다. 이중 장남 정준선씨는 올해 31세(1992년생)으로 11월부터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또 자녀들이 최근 HDC 지분을 계속해서 매입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향후 10년 후로 예상됐던 현대산업개발의 2세 경영이 5~7년 정도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의 건강상태와 장남이 이제 갓 서른이 된 자녀들 상황을 볼 때 현산의 2세 경영은 1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자녀들의 경영이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다만 곧바로 2세 경영을 추진했다가는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2~3년 이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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