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노조, 김영수 전 수은 부행장 사외이사 추천
기은 노조, 두명의 사외이사 추천 후보군 물색 중
"의사결정 지연돼 빅테크 경쟁 뒤쳐질 것" 우려도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3월 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금융권에서 노조추천 사외이사를 속속 추진하고 나섰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안 통과로 국책은행에 이어 민간 시중은행까지 제도가 확산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면 민간 영역까지 노동이사제가 확대된다면 노조의 경영권 개입으로 경영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노조는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김 후보는 한국해외투자인프라 도시개발자원공사 상임이사, 수은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노조는 이번 사외이사 추천에 배경에 대해 노동자의 이익 대변이나 경영참여가 목적이 아닌 '해외사업 약점 보완'을 이유로 들었다. KB금융 노조 관계자는 "KB금융 사외이사 중에 해외사업 전문가가 없는데, 김 후보는 한국해외투자인프라 도시개발자원공사 상임이사와 수출입은행 부행장 등을 역임한 해외사업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이자 직원의 대표로서 KB금융이 해외사업에서의 약점을 보완해 진정한 글로벌 금융사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은 장기전략에 따라 경영중이고 이사진에 해외사업 전문가들이 많이 있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KB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부코핀은행 인수는 적정한 가격의 중위권 은행을 인수해 굿뱅크로 전환하는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방향에 기반한 것으로 이사진의 구성과 전문성과는 인과관계가 없는 사안이다"며 "또 이사회 내에는 미국 국적의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역임한 솔로몬 이사 등 미국 월가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등 금융, 재무 분야의 글로벌한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KB금융 이사회는 주식 1주만 보유해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를 운영하고 있다. KB금융은 민간 금융사 중 유일하게 노조 및 우리사주조합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차례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시도해왔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사진=각 사) |
기업은행 노조도 오는 3월 사외이사 임기 만료에 맞춰 노조추천 사외이사 도입 준비를 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현재 신충식 사외이사와 김세직 사외이사의 임기가 오는 3월 26일에 만료된다. 노조도 이에 맞춰 두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할 계획으로, 현재 후보군을 추리고 있다. 후보군 추린 후 10일 뒤에 최종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2019년 1월 취임 당시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하기로 노조 측과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업은행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는 금융위원회 임명단계에서 불발됐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이 제청하면 금융위가 임명하는 구조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 반대로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무산되면서 수출입은행이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선임했다"며 "이번에는 금융위와도 사전에 많은 소통을 하고 있는 만큼 1명의 사외이사는 반드시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2004년 옛 현대증권(현 KB증권)에서 노조추천 이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적이 있지만 당시 노조가 2대주주였고, 소액주주가 함께 참여했다는 특수성이 있다. 이후로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추진된 노동이사제 도입이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이전과는 환경이 달라졌다. 금융권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는 공공기관은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총 5곳이다. 이에 따라 이들 기관은 올 하반기부터 노동자 측 대표가 추천하거나 근로자 과반 이상이 동의한 비상임이사 1명을 임명해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노동이사제는 노동자들의 직접 경영참여를 통해 공공기관 낙하산 임용 폐해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공공기관 운영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제도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 기업 확대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동이사제가 가장 먼저 도입될 분야로 금융권이 꼽히는데 한편으로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며 "빅테크 경쟁, 기술발전 등 산업 환경 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금융권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의사결정이 지연돼 변화에 더욱 도태될 것이란 우려가 경영진에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부터 도입해 영향을 살펴 본 뒤, 시간을 두고 민간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 타진해봐야 할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