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노조 설립 이후 첫 파업
전체 직원의 90% 이상이 무기계약직
국민 먹거리 안전 최전선이지만 근무조건 열악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가축 위생방역 노동자들이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는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0일부터 27일까지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 9월부터 사측과 4차례의 본교섭, 6차례의 실무교섭을 진행했지만 최종 결렬되며 파업을 결정했다. 지난해 말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율 99.1%, 찬성률 97.2%로 쟁의를 가결했다. 이들의 파업은 지난 2011년 4월 노조가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요구안으로는 ▲현장 인력 충원 및 처우 개선 ▲국가방역시스템 전면 개편 ▲노사정 협의 구성 ▲비정상적 기관운영의 정상화 등을 내세웠다. 김필성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장은 "사측과 정부에서 개선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무기한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국가·지자체로부터 위탁을 받아 수입식용축산물 검역·검사 등을 주로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1274명 중 55명만 정규직이고 나머지 1219명은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시료채취, 축산물 검사 작업 등에 투입된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는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0~27일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022.01.18 filter@newspim.com [사진제공=민주노총] |
문제는 과도한 업무와 인력 부족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방역사 인원의 6.4%가 퇴사했다. 이로 인해 2인 1조가 원칙인 가축방역업무는 인력이 부족해 전체의 26.8%가 나홀로 업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와 전남의 경우 나홀로 업무 비율이 각각 76.4%, 21.4%였다.
11년차 방역사 A 씨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출하 검사만 하더라도 지자체에서 채혈해야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방역사들에게 떠넘겨져 버린 실정"이라며 "10년, 20년 동안 고생을 해도 보이지 않는 암담한 미래 때문에 이직하는 방역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신년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축방역 시스템화가 가장 큰 성과라고 자화자찬했다"며 "K-가축방역 성공의 이면에서 격무에 시달리다가 참지 못하고 파업에 돌입하는 가축 위생방역노동자 문제를 청와대가 나서서 해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노조의 파업 예고에 정부는 파업에 따른 업무 공백을 메꾸기 위해 대체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파업 기간에 지자체의 가축방역관, 검사관, 민간 수의사 등을 모집해 시료채취, 축산물 위생검사 등 업무를 맡길 방침이다. 방역본부 직원 1000명이 담당하던 업무에 대체인력 1800명을 확보해 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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