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러시아 산품 애용이 애국이다' vs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
중국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지 세력 사이에 비록 상대가 되는 게임은 아니지만 나름 열띤 응원전과 대리전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 내 러시아 국가 공인 전자상거래 사이트에는 최근 싹쓸이 구매 열풍이 불고 있다. 네티즌들은 러시아를 도와야한다며 러시아 온라인 국가 상점에 들어가 과자와 차 등을 닥치는 대로 주워담고 있다. 일부 인기 상품들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매대에서 사라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용인하고 나선 이후 이를 옹호하는 애국 소비 네티즌들의 반응이 이런 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우크라를 조롱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가 러시아 돕기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서방 세계의 대 러시아 경제 제재에 대한 반발 시위로도 보여진다.
2일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러시아 국가관 인터넷 플랫폼이 매출 급증에다 신규 고객이 하루 20만 명이나 증가할 정도로 공전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가 온라인 플랫폼 관계자는 감사를 표시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성적 소비를 호소해야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중국 정부 입장처럼 중국 네티즌들은 러시아와 충돌, 유럽 진영에 밀착하고 나토 가입을 희구하는 우크라이나를 곱지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인터넷에는 '러시아와 우크라 충돌(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이같이 표현함)' 사태에 대해 통일된 관점을 가질 것을 당부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의 주 중국 캐나다 대사관 담장에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구호가 나붙어있고 구호 아래에 나토를 욕하는 영문 낙서가 쓰여져 있다. 2022.03.03 chk@newspim.com |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우리는 대만의 내일을 엿볼 수 있다' 며 미국과 일본 등 서방 세계로 점점 끌려들어가는 대만을 경고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만이 자꾸 저러다간 우크라이나와 같은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으로 볼 수 있다.
3월 2일 베이징 동즈먼에 있는 주중 캐나다 대사관 담장에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구호가 중문으로 나붙었다. 캐나다 대사관이 내건 것으로 추정되는 이 구호는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비호하는 중국을 정면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인들중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3일 기자는 중국 친구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던 도중 이렇게 물었다. 중국인 친구는 미처 질문을 마치기도 전에 말을 자르면서 "1%도 안될 걸요" 라고 대답했다.
설령 우크라를 지지한다고 해도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히는 중국인은 거의 없다. '우크라이나 지지 = 반 애국'이라는 도식이 사회적 컨센서스로 콘크리트 처럼 굳어져 있다. 이에 반하는 구호가 주중 외국 대사관(캐나다)에 중국어로 나붙어 있는 것은 중국으로선 눈엣 가시 같은 일이고 매우 불온한 것이다.
3일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한국 지인으로 부터 위챗(웨이신)을 통해 사진이 한장 들어왔다. 어제(2일) 기자가 쥐재했던 문제의 주중 캐나다 대사관 담장 구호(우크라이나 지지) 사진이었는데 구호 밑에 '빌어먹을 나토!'라는 욕설의 낙서가 이번에는 영문으로 쓰여져 있었다. 전쟁은 우크라에서 일어났지만 신냉전의 차가운 기류는 베이징에서도 감지된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