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중립국화' 방식 놓고 이견
'대리전' 등 장기화 예측도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3주째인 17일, 양국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하지 않고 중립국화하는 방안을 놓고 휴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국이 큰 틀 안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전쟁이 이르면 다음달에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 14일 열린 4차 협상에서 우크라 중립국화에 대해 처음으로 논의했다.
[리비우 로이터= 뉴스핌] 주옥함 기자=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현지시간 16일 리비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2.03.17.wodemaya@newspim.com |
양측은 15개 항으로 구성된 평화안을 마련 중인데 내용은 ▲우크라 나토 가입 금지 ▲자국군은 허용하되 미국과 서방의 보호를 받는 대신 이들 군 기지나 무기 도입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크라가 이를 지키겠다고 약속하면 러시아는 군사작전을 멈추고 철군할 방침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은 "일부 문구가 합의에 근접했다"며 협상이 쉽지는 않지만 희망이 있다고 했고, 전날 우크라 협상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도 "매우 어렵고 끈질긴 협상 과정이지만 확실히 타협의 여지가 있다"며 조심스레 낙관했다.
◆ '중립국화' 합의시 다음달 휴전...방식 놓고 이견
우크라 중립국화 평화안에 합의만 된다면 전쟁은 이르면 다음달에 중단될 수 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의 군사물자가 곧 떨어질 것이라며 "늦어도 5월 초에는 평화합의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이보다 훨씬 일찍일 수 있다. 평화협정은 1~2주 안에 체결될 것이며 2차전을 위해 러시아가 시리아 용병을 모집하는 문제도 논의해야 하는데 4월 말까지는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중립국화 방식에 있다. 러시아가 제안한 중립국화 모델은 스웨덴과 오스트리아식이다. 자국 육군과 해군은 보유하지만 어느 국가와도 안보 동맹을 맺지 않는 중립국을 표방한다.
실제로 스웨덴은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나 소련이 주도하는 바르샤바조약기구에 가입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는 외국군 주둔을 금지하는 중립국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우크라는 나토 가입 추진은 금지할 수 있다면서도 자국식 중립국화를 지향한다는 입장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포돌랴크 고문은 "우리는 러시아와 직접 전쟁하는 상태"라며 "안전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우크라이나식 모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레스트 로이터=뉴스핌]김근철 기자=우크라이나 정부 협상 대표단(왼쪽)과 러시아 대표단이 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브레스트 지역에서 열린 3차 협상에 참석해 있다. 2022.03.08 kckim100@newspim.com |
우크라이나식 모델은 중립국을 표방하되 공격을 받을시 강력한 동맹들로부터 보호를 받는 안전보장이 포함된다. 나토에 가입하진 않아도 미국 등 서방국이 우크라가 공격을 받으면 직접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양국의 입장차가 수 일 안에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애시당초 우크라에 대한 서방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있고, 우크라는 자신들 만의 중립국화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돌랴크 고문은 "러시아 측의 입장일 뿐이다. 우크라 측도 입장이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 "전쟁은 8년 전에 시작"...휴전이지 종전 아니다
일각에서는 합의가 도출돼더라도 '휴전'이지 '종전'이 아니라면서 갈등이 10년 이상은 지속될 것이란 암울한 예측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지리전략자문위원회의 제임스 로저스 창업자는 이번 전쟁의 시작이 지난달 24일이 아닌 8년 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때부터였다고 말한다.
그는 현 우크라 사태는 수 주 안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서방국이 개입하는 대리전은 수 년 내지 10년은 더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러시아는 다시 우크라를 노릴 수 있다. 또 다른 침략과 점령,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가 또 속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1994년에 체결한 부다페스트 조약은 러시아가 2014년에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하면서 깼다. 우크라가 러시아 제안의 중립국화를 거부하는 것도 이러한 역사가 배경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블레인 스토사드 에디터도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가 기존 조약을 존중할 의사가 없다는 게 분명한데 어떻게 평화 협정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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