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재개장 러증시...10% 상승 출발
달러당 140루블까지 폭락한 루블.. 95루블로 안정세
가스 수출 대금 루블로만 받겠다는 러, '자충수' 지적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러시아가 지난주 달러화 표시 채권 2건의 이자 1억1700만달러(1천419억원)을 이자로 지급하며 디폴트 위기는 일단 넘긴 가운데 가파르게 치솟던 루블화 환율도 점차 안정되고 있다.
이날 한달만에 거래를 재개한 러시아 증시도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시간으로 24일 오후 1시 20분 현재(한국시간 24일 오후 7시 20분) 달러/루블 환율은 전장보다 1.04% 오른 96.25루블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루블 환율 최근 6개월 추이, 자료=야후 파이낸스] 2022.03.24 koinwon@newspim.com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2월 중순만해도 달러당 75~78루블 선에 거래되던 달러/루블 환율은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했다.
미국 등 서방세계가 본격적인 대러시아 제재에 나선 3월 초에는 140루블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 루블의 가치가 다소 회복되며 현재 달러당 95루블 전후에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금융시장도 차츰 정상화되고 있다. 러시아 증시의 폭락을 막기 위해 당국은 지난달 28일부터 주식시장 거래를 중단시켰으나 약 한 달여만인 24일 거래를 재개했다.
러시아 국영은행 스베르방크와 VTB,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다국적 에너지 회사 루크오일 등을 포함한 33개 종목의 거래가 재개됐다. 주가 폭락을 유발하는 투기적 행위를 막기 위해 공매도가 금지됐으며, 외국인들의 거래도 제한됐다.
이 같은 조치에 힘입어 러시아의 대표 주가지수인 모엑스(MOEX) 지수는 이날 장 초반 전거래일에 비해 10% 상승했으며, 현재는 5.1% 오른 2596.66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거래시간은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전 9시50분부터 오후 2시까지로 단축됐다.
[러시아 모엑스 지수 최근 1달 차트, 자료=야후 파인내스] 2022.03.24 koinwon@newspim.com |
◆ 가스 수출대금 루블로만 받겠다는 러시아...고립심화하는 '자충수' 지적
한편 23일 러시아는 앞으로 자국산 천연가스 수출 대금을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밝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반격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내각회의에서 "비우호국가들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대금 결제를 러시아 루블화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비우호 국가 목록에는 EU와 영국, 미국 등이 포함돼 있다.
러시아 루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러시아에 천연가스의 약 40%를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요구가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며, 유럽 동맹국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는 서방의 제재에 대한 일종의 '보복' 뿐 아니라 가치가 폭락한 루블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이 같은 발언이 나온 후 루블의 가치가 급등하며 23일 종가 기준으로 루블화 가치는 8.52% 상승한 달러당 95.0207루블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이미 달러와 유로화로 수출 대금을 받는 자국 기업에 수익의 80%를 루블화로 교환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루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 기업들이 달러나 유로를 직접 환전하는 대신 루블화로 받는다 해도, 환전 주체가 달라질 뿐 결국 루블화에 대한 수요 자체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루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크게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루블로의 환전이 번거롭기 때문에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입하던 기업이나 국가들이 새로운 대안을 찾아나섬으로써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이 더 빠르게 쇠퇴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실제로 23일 미국 CNBC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 한 소식통은 루블화 결제 요구에 대해 "현행 계약의 지불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현재 장기 계약이 올해 말 만료되면 러시아 국영 가스 회사인 가즈프롬과 새 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