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사회 사건·사고

속보

더보기

[르포] 화마는 사라졌지만…마장동 먹자골목 갈등은 '진행 중'

기사입력 : 2022년03월29일 08:01

최종수정 : 2022년03월29일 08:01

점포 9채 전소, 다닥다닥 붙어 화재에 취약
안전펜스 설치 시도에 성동구청-상인들 야밤 충돌
"무허가 점포 철거해주세요" 화재 후 민원글 이어져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불나서 살림살이가 다 도망갔어. 사람들이 불났다고, 빨리 나오라고 해서 나왔는데 우리 가게까지 불이 번지는거야. 나는 막 울면서 '어떡해, 어떡해' 했고…"

서울 성동구 마장동 먹자골목에서 만난 상인 이모(60) 씨는 화마가 휩쓸고 간 가게를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29일 소방당국과 상인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 먹자골목 한 식당에서 시작된 불은 이씨의 가게를 포함해 9개의 점포를 삽시간에 집어삼켰다. 이 불로 24개의 점포가 피해를 입었고 주택 1채도 완전히 불에 타 이재민이 발생했다.

불은 2시간여 만에 꺼졌지만 피해 흔적은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불길이 지나간 샌드위치 패널 지붕들은 폭격을 당한 듯 주저 앉았고, 출입문과 외벽은 검게 그을린 채 무너지거나 앙상하게 휘어져 있었다. 불길에 녹은 전선은 여기저기 끊어져 거미줄처럼 천장에 뒤엉켜 매달렸다.

이씨의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불에 탄 차양, 잿가루를 뒤집어 쓴 냉장고와 식기, 훤히 드러난 건물터 등 예외없이 화마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가게를 바라보던 이씨는 이내 몸서리를 쳤다. 그러면서 "30년 넘게 여기서 먹고 살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끔찍하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씨의 점포를 마주한 가게들은 그나마 화재를 피해 영업 중이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은 오가는 손님 없이 매우 한산했다.

전날인 28일 오후 한 고깃집에는 손님 두 명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먹자골목 인근에 정육점을 운영하는 신모(49) 씨는 "코로나에도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인데 화재 후 모든 것이 달라지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동 먹자골목. 지난 19일 오전 발생한 화재로 점포 9채가 전소됐다. 지난 25일 상인들과 성동구청 용역 직원들 간 충돌 후 화재가 발생한 가게 앞에는 출입금지 테이프와 경고문을 붙여졌다. 2022.03.29 filter@newspim.com

◆ 복구커녕… 한밤에 물리적 충돌까지

화마는 지나갔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지난 25일 오후 10시 먹자골목에서는 상인들과 성동구청 용역 직원들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화재 후 상인들은 주민 안전과 통행을 위해 주변에 자체적으로 펜스를 설치했는데, 이를 구청 측이 철거하려고 하자 상인들이 반발에 나선 것이다.

상인들은 그동안 대체 부지 이전을 요구해 온 구청 측이 펜스 철거를 빌미로 가게까지 철거할 것이라며 몸으로 용역직원과 중장비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상인 두명은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새벽까지 대치가 이어지자 구청 측은 상인들이 설치한 펜스에 추가로 덧대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또 화재가 발생한 가게마다 출입금지 테이프와 경고문을 붙이고, 현장 출입을 막기 위한 일부 용역직원만 남기고 철수했다. 성동구청장 명의로 부착된 경고문에는 '무단점유·사용 및 펜스 훼손시 국유재산법 제82조 및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99조 형법 제366조에 의해 고발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마장동 먹자골목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정부가 마장동 소 도축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민민들을 이주시킨 국공유지다. 이후 무허가 건물들이 들어서며 상권이 형성됐고 3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이곳에 자리잡은 건물 대부분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져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측은 화재 이전부터 대체 부지 이전을 전제로 무허가 건물 철거를 설득해왔지만 상인들은 "터전"이라며 떠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인 중 33명은 먹자골목에 전입신고를 하고 거주하고 있다. 서울시 행정대집행 인권매뉴얼에 따라 거주자들의 동의가 없는 한 강제 철거는 불가능하며 자발권 퇴거 권고만 가능하다.

◆ 먹자골목 철거 민원글 화재 후 늘어나

화재 발생 후 먹자골목 점포를 철거해달라는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성동구 홈페이지의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올라온 먹자골목 철거 요구 민원은 이날 기준 42건에 달한다. 특히 이중 절반은 화재가 발생한 지난 19일 이후 제기된 민원이다.

한 민원인은 "화재 사고에도 불구하고 여러 업장들이 LPG가스통과 화로들을 사람들이 다니는 골목에 방치한 채 여전히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공유지 불법 점유 상태를 해소하고 불법 건축물들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동 먹자골목의 모습. 지난 19일 오전 발생한 화재로 점포 9채가 전소됐다. 2022.03.29 filter@newspim.com

상인과 주민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은 성동구는 고심 중이다. 구청 측은 상인들과 이전 문제를 합의할 경우 해당 부지에 공공시설물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2일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고 같은 달 25일에는 상인들과 대화에 나섰다. 전날에는 먹자골목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러나 상인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며 구청과 대립하고 있다. 김종인 마장동 먹자골목 상인회장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구청에서 노력은 하겠지만 (주민들 입장은) 그게 아니지 않느냐"며 "아파트에서 공원을 만들어달라 등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저희 입장은 그저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싶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filter@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6%p 오른 32.7% …김건희 논란 사과 긍정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해 30%대 초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발표됐다.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2.7%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5.0%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3%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처음으로 사과하는 등 자세를 낮췄지만, 지지율은 2.6%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부정평가는 1.7%p 하락했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32.3%포인트(p)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29.3% '잘 못함' 68.7%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1.5% '잘 못함' 65.9%였다. 40대는 '잘함' 25.6% '잘 못함' 73.2%, 50대는 '잘함' 26.9% '잘 못함' 71.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34.9% '잘 못함' 62.5%였고, 70대 이상에서는 '잘함'이 51.8%로 '잘 못함'(43.7%)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27.8%, '잘 못함'은 70.8%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2.6% '잘 못함' 65.9%, 대전·충청·세종 '잘함' 36.0% '잘 못함' 61.0%, 부산·울산·경남 '잘함' 40.3% '잘 못함' 58.0%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43.8% '잘 못함' 51.7%, 전남·광주·전북 '잘함' 16.0% '잘 못함' 82.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1.6% '잘 못함' 60.1%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28.8% '잘 못함' 68.9%, 여성은 '잘함' 36.5% '잘 못함' 61.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 배경에 대해 "취임 2주년 기자회견과 김건희 여사 의혹 사과 이후 소폭 반등 했다"면서도 "향후 채상병 및 김 여사 특검, 의대정원 문제, 민생경제 등 현안에 대해 어떻게 풀어갈지에 따라 지지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수회담, 기자회견, 김 여사 논란 사과 등으로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면서도 "보여주기식 소통이 아니라 국정운영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지율은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5-16 06:00
사진
이란 대통령 탄 헬기 추락…'악천후' 탓 수색 난항으로 생사 불명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일행을 태운 헬기가 19일(현지시간) 추락했지만 기상 악화로 수색 활동이 난항을 겪으면서 아직까지 생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이란 내무부는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국경 인근에 건설한 아라스강의 댐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고 헬기에는 라이시 대통령과 함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말리크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타브리즈 지역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모하마드 알하셰미, 경호원 등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앞서 사고 헬기가 비상착륙 했다고 보도했다가 내무부 확인을 거친 뒤 추락으로 표현을 바꿨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사고 접수 후 구조대 40개 팀을 급파했으나 악천후와 험한 산악 지형 때문에 수시간이 지났지만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헬기 추락 인근 지역에 구조대가 급파됐으나 안개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5.20 kwonjiun@newspim.com 이란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헬기 추락으로 라이시 대통령과 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의 생사가 위기"라며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정보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 한 명과 또 다른 탑승자 한 명이 구조대원들과 접촉했다는 증언도 나왔고, 헬리콥터 위치를 파악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국제적십자사 조직인 이란 적신월사는 보도를 부인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헬리콥터가 추락한 이후 라이시의 안전을 기원한다면서도 이번 사태로 국정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신께서 존경하는 라이시 대통령과 그의 동료들을 국가의 품으로 돌려주시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이라크, 튀르키예 등 인근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은 구조와 수색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헬기 사고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수색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러시아에서는 마리아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이 "실종 헬기 수색과 사고 원인 조사에 필요한 모든 도움을 건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란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도 이번 사고를 예의주시 중이다. 백악관은 조지아주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고를 보고받았다고 밝혔고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 사고 보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글을 올려 "이란 대통령과 외무장관을 태운 헬기가 예기치 않게 비상 착륙했다는 뉴스를 보고 있다"며 "EU 회원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상황을 긴밀히 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kwonjiun@newspim.com 2024-05-20 05:3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