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인사 중단하라' 요청 두 차례 보내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산업은행 부행장 등을 줄줄이 불러 질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위가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 경영진 인선 유보를 요청한 것을 무시한 데 따른 것이다.
31일 정치권·금융권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이날 구조조정 관련 업무를 맡은 산은 간부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로 불러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 선임 과정 등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위는 전날에도 관련 업무를 맡은 산은 부행장을 불러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본점. (사진=산업은행) |
인수위는 이날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임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임기 말 인사를 중단하라는 지침을 무시한 것에 대해 감사원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국민 세금 4조1000억원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은 산은이 절반이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위는 금융위원회를 통해 산은 유관기관에 대한 현 정부의 임기 말 인사를 중단하라는 지침을 두 차례 보낸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해서 차기정부와 협력할 새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박두선 시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출했다.
업계에서는 산은과 대우조선해양이 신구권력 갈등에 새우등이 터진 꼴이라고 보고 있다. 산은이 인수위의 지침을 무시한 것과 더불어 박 신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 문재익 씨와 한국해양대 동창이라는 점이 논란의 요소가 되고 있다. 박 신임 대표는 생산운영담당(상무)로 근무하던 2018년 1월 문 대통령이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를 방문하자 함께 쇄빙선에 탑승해 직접 의전을 맡기도 했다.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은 "대우조선해양은 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기로 알려진 박 신임 대표 선출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했다"라며 "외형상 민간기업의 이사회 의결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쳤지만 사실상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한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전했다.
이어 "정권 이양기에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 부실 공기업에서 비상식적 인사가 강행된 것은 합법을 가장한 사익 추구란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며 "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 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정권 교체기 인사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다는 식의 또 하나의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인수위가 대우조선 사장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