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사장도 부사장 이후 사장 승진
업계 "회사가 선임 권한도 없는데..."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일명 '알박기 인사' 논란이 확산되자 대우조선해양 내부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임직원 일부는 사내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나, 회사로서는 정권 말기 신·구 권력 충돌을 놓고 공식입장을 자제한 채 입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한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관망하고 있다"라고 했다.
3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청와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박두선 신임 대표이사 선임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됐다.
인수위는 박 사장의 선임을 강력히 비판하며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인사 중단을 촉구하며 감사원에 이 사안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서울=뉴스핌] 박준형 기자 =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 [사진=대우조선해양] 2022.03.28 jun897@newspim.com |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8일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당시 박두선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박 부사장은 주총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임기 3년의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박 사장은 지난 1986년에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뒤 선박생산운영담당, 특수선사업담당을 거쳐 조선소장을 지냈다. 대우조선의 사내이사는 대표이사, 부사장, 재경본부장을 선임하는 것이 관례였다.
전임 이성근 사장이 임기 3년을 마치고 물러나면서 박 사장의 대표이사 승진은 당연시 됐다. 이 전 사장 역시 지난 2019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을 이끈 바 있다.
그러나 인수위가 박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공무원 알박기'라고 비판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임명권 문제가 불거졌다. 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기라는 이유로 현 정부 들어 상무에서 사장까지 이른바 '초고속 승진'을 했다는 지적이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대우조선해양은 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기로 알려진 박 신임 대표 선출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했다"며 "외형상 민간기업의 이사회 의결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쳤지만 사실상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한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신혜연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고 인수위의 비판에 답했다.
신구 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어떤 공식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내부에서는 박 사장의 알박기 논란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지 35년이 넘었고 회사 내 대표이사 다음 직위인 조선소장 겸 부사장을 지내고 있는 박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문제시 되는 것을 선뜻 이해가 어려운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에 대해) 전문성을 운운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회사가 선임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누굴 뽑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지분 55.7%를 보유한 곳으로 지난 2015년 이후 공적 자금 4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지난 1월 유럽연합(EU)이 독과점을 우려로 양 사간 기업 결합을 불허하면서 무산됐다. 이에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을 고심 중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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