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완화 드라이브 건 인수위
대통령령‧시행령 개정 통한 세율 완화
종부세 청구 전 시행 통해 다주택자 매물 유도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세금 면제‧1% 단일화 검토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부동산 시장을 현 정부 출범 전으로 되돌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가 팀장을 맡고 있는 경제2분과 부동산 태스크포스(TF)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오는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조치를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주택자들에 대한 과도한 세금압박으로 인해 '전세난'과 젊은층들의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대출)' 등으로 이어지면서 생긴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세율 완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다주택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매물이 시장에 풀리면서 공급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4.01 ymh7536@newspim.com |
◆ 다주택자 중과세율 1년 한시 배제
1일 인수위에 따르면 이달 중 현 정부에 다주택자 중과세율 한시 배제를 위해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하고, 현 정부가 조치하지 않으면 새 정부 출범 즉시 시행령을 개정해 5월 10일 다음날 양도분부터 1년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부동산 시장을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 정부는 지난 2017년 8·2 대책을 통해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주택자는 10%포인트(p),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p를 기본세율에 각각 가산하는 양도세 중과 제도를 도입했다.
2020년 7·10 대책에서는 2주택자는 20%p, 3주택 이상자는 30%p를 기본세율에 더하는 것으로 중과 폭을 더 넓혔다. 이에 지난해부터 다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중과되는 세율까지 더해 최고 75%의 양도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세율은 82.5%에 달한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다주택자를 지목하면서 세율 상향 조정했다. 2020년 7‧10 대책 발표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과세율을 상향 조정하고 단기 보유자 및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해 출구 마련과 함께 양도세율 중과세율을 인상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다주택자들에 대한 세율인 상향했다.
인수위는 세율 상향으로 인해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막아 시장 기능을 왜곡한다고 보고 이를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인수위사진기자단 = 심교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TF 팀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03.29 photo@newspim.com |
◆ 6월 종부세 청구 전 세율 인하로 매물 유도
양도세 중과는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6월 1일 종부세 과세기준일 이전에 다주택자들이 '매도 결심'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중과 적용 배제 기간을 애초 윤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2년보다 짧은 1년으로 잡은 것도 다주택자의 빠른 매물 출회와 이에 따른 공급 확대를 노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양도세 중과와 더불어 현 정부 출범 이후 시행된 부동산 세제를 종합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는 대통령령·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중과 적용을 한시적으로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2년 미만 단기보유 주택 양도에 대해서는 60%(1년 이상 2년 미만)~70%(1년 미만) 세율 중과가 법에 규정돼있어 보유기간 2년 이상 주택에 대해서만 중과 적용이 배제된다.
2년 미만 주택 양도에 대해서도 중과를 배제하거나 중과 제도 자체를 없애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은 이날 정책 의원총회에서 인수위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한시적 배제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과 제도에 대해 '항구적 해결'을 거론한 적이 있어 여‧야 합의만 이뤄진다면 법 개정 추진도 가능하다.
◆ 여‧야 합의 시 부동산세 전반 손질 가능
여당의 협조가 이뤄질 경우 부동산세 전반에 대한 손질이 가능하다. 현재 1주택자 종부세 세율은 0.6∼3.0%에서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인 0.5∼2.0%로 되돌리고 차등 과세 기준을 보유주택 호수에서 가액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세를 완화하면서 보유세인 종부세를 함께 완화할 경우엔 다주택자 매물 출회 효과가 떨어지고 '집값 잡기'도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있어 인수위가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종부세와 재산세를 장기적으로 통합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인수위가 종부세의 경우 1주택자 중심의 개편을 우선 진행하되 급격한 집값 상승을 우려해 단계적인 제도 손질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다주택자들에 대한 세율 조정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혜택이 부족하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인수위는 취득세에 대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는 세금을 면제하거나 1% 단일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 1주택자는 세율을 1∼3%로 단일화하거나 세율 적용구간을 단순화하는 방안, 조정지역 2주택 이상에 대한 누진 과세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80%로 인상하고, 다른 가구는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1주택자의 세금 혜택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며 "보유세는 강화를 유지하더라도 거래세는 완화해야 다주택자의 주택 공급이 실제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매도 의사가 있어도 최고 75%의 높은 양도세율 때문에 시장에 매물이 출하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이번 다주택자 대상 1년간 중과 유예는 바람직한 방향성으로 보인다"라면서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시장 매물잠김 현상을 정상화시키는 등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려면 대출에 대한 일부 제도 완화도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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