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나현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소식에도 중국은 여전히 러시아를 옹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원격 중계된 화상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부차, 이르핀, 디메르카, 마리우폴 등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희생자 모습이 담긴 90초 분량의 영상을 틀며 러시아군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군은 오직 재미로 민간인의 팔다리를 자르고 목을 베었다"며 "여성들은 자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다"고 강조한 뒤 "이런 짓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IS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현지 시각 3일 기준 부차를 비롯한 키이우 인근에서 민간인 410명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장준 주유엔 중국대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이 끝나자 안보리 이사국 외교관들은 박수로 격려를 보냈다.
그러나 영상을 본 장준 유엔 중국대사는 "부차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 영상과 기사는 아주 끔찍하다"면서도 사건의 전후 상황과 구체적인 원인에 대한 검증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사는 "어떤 의혹도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며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감정을 억제하고 성급한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며 러시아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국제인도법에 따라 민간인은 무력충돌에서 어떠한 형태의 피해도 입어서는 안 된다"며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으며 일어나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민간인 공격에 대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군이 철수한 직후엔 아무 시신도 없었다"면서 "관련 영상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은 영상이 조작됐다는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5일 오후 7시에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으나 안보리 의장국인 영국이 반대하면서 회의는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부차에서 살해된 민간인들의 무시무시한 사진들을 잊을 수 없다"며 "실질적인 책임 추궁을 보장할 수 있는 독립 조사를 즉각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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