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동맹·대북·경제안보"…바이든 "대아시아 공개 연설"
백악관 "내달 20~24일 한·일 방문, 인태국가 외교확대"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21일 서울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 내달 10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후 11일 만에 열리는 역사상 가장 빠른 초고속 정상회담이다.
29일 윤 당선인 측과 백악관에 따르면 양국 정상이 처음 만나는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는 ▲경제안보를 포함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대북 억지력 확대를 기초한 한 대북정책 공조 ▲한일 관계 개선 및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 ▲중국 견제를 포함한 미국의 글로벌 전략 등이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스핌 DB] |
윤 당선인은 "이번 회담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경제안보, 과학기술협력 등 한미동맹을 긴밀히 논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만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날 밝혔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양국 간 포괄적 전략동맹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역사적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조만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나 7차 핵실험 등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대북억지력 강화 등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 마련도 중요하다.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한미정책협의 대표단'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과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2+2 회담' 개최를 제안했었다.
미국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도 27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달 20∼24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번 방문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과 한국·일본과 미국의 조약 동맹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확고한 약속을 진전시킬 것"이라며 "다음달 12~1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포함해 1년 넘게 이어온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집중적인 외교를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핵심 목표가 중국 견제임을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 중 아시아 지역을 향한 공개 연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앞서 한국을 찾은 미국 측 답사단은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연설할 수 있는 서울시내 주요 대학 등을 둘러봤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영향력에 대항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공급망 협력 중요성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특히 이번 방문에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반도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겠다는 선포의 의미도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국이 귀환했다는 메시지를 전한 뒤 일본으로 가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중국 견제 행보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 윤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 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 중인 IPEF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동참하겠다는 입장 표명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한미 간 공급망 강화와 신기술 협력 등 확대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된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한미정책협의 대표단'을 이끌고 7박8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후 귀국하면서 방미 결과 중 경제안보 분야에 대해 "글로벌 공급망, 신흥 기술, 기후변화, 코로나19 대응에 관해 협의했다"며 "쿼드(Quad·미국, 인도, 일본, 호주 비공식 안보회의체)와의 협력,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통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조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후보자는 또 "미측은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차원에서 자유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우리의 역할과 기여를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데 전폭적 지지와 높은 기대감을 표명했다"며 "양측은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도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주권과 독립을 위해서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20일 취임한 후 동아시아를 처음 찾는 바이든 대통령은 내달 20∼22일 한국을 방문한 후 22~24일 일본을 방문한다. 역대 미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 때는 일본이 첫 방문국이 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례적으로 한국을 먼저 찾는 셈이다. 새 정부의 첫 정상회담이 방미가 아닌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이뤄지는 것도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29년 만이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에 대해 "(중국을 배제하는) 배타적인 소그룹을 만들고 역내 국가의 상호 신뢰와 협력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에 퇴임한 문재인 대통령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의 일정을 마친 뒤 문 대통령도 만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 차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가 겹친 지난 1년여 동안 지난해 5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해 지난해 6월 G7 정상회의, 11월 G20 정상회의 등 여러차례 다자 외교 무대에서 만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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