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증시에서 가장 유명한 격언 중 하나인 '5월에 팔고 떠나라(Sell in May)'는 말이 올해 과연 적중할까.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가파른 긴축 전환 등 산재한 악재들은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지만, 올 하반기 시장이 강한 반등을 연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섣부른 매도는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 1930년대 이후 최악
올 1월부터 4월까지 미 증시는 1930년대 이후 최악의 넉 달을 보내고 있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Barron's)에 따르면 S&P500지수는 올해 첫 넉 달 동안 13%가 하락해 1939년 이후 최악의 연초 흐름을 연출했다. 다우지수의 경우 같은 기간 낙폭이 9% 정도로 2020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개월 동안 17%가 무너지면서 1971년 이후 최악의 출발을 알렸다.
연준의 긴축 전환 및 인플레이션 등 예고된 악재에 더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교전 장기화 등 예기치 않은 변수들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은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로 중국의 경기 둔화 문제가 전면에 등장한 데 이어 미국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를 기록하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역성장이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국의 제재 압박을 받고 있는 러시아도 당장 오는 4일 디폴트 가능성이 다시금 불거진 상황이며, 세계은행은 오는 2024년 말까지 물가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란 경고를 내놓았다.
또 오는 4일 마무리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50bp(1bp=0.01%p) 인상에서 나아가 75bp 금리가 인상되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수두룩한 악재 속에 투자심리는 역대급으로 얼어붙었다.
투자자 심리를 대변하는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 서베이에서 약세장을 전망하는 응답자들은 59.4%로 2009년 3월 초 이후 최대 수준으로 늘었고, 강세장을 점치는 투자자들은 16% 정도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앞 황소와 곰 동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고개 드는 '반등론'
잔뜩 움츠러든 투자자들과 달리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반기 강세장에 대한 전망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배런스는 대개 시장이 5월부터 9월 사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지만 올해의 경우 미국의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상당한 호재일 수 있으며, 올 하반기 강력한 증시 랠리가 연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흐름 상 중간선거가 치러지면 그 즉시 미 증시가 강력한 상승세를 연출할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처럼 전쟁 이슈가 불거지거나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겹쳤을 때도 시장은 위를 향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작성된 금융경제학저널(JFE)에 따르면 1871년부터 2015년까지 미 증시는 중간선거가 있던 겨울에는 평균 15.41%의 상승을 기록했다.
대개 중간선거가 있기 직전 시장은 여러 불확실성으로 인해 많이 오르지 못하는데 선거 직후 불투명한 변수들이 해소되면 매수세가 유입되곤 한다.
과거 지수가 지금처럼 4개월 간 하락세를 연출했을 때 평균적으로도 뒤이은 6개월 동안은 2.6%의 상승이 나타났다는 점도 반등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전략가 사비트 수브라마니안은 베어마켓에서 S&P500지수가 평균 32% 떨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시장은 침체 가능성의 3분의 1을 이미 반영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