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7년만에 한국 제치고 점유율 1위 차지
중소형 시장도 위기...中, 9.7%→27.4%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중국 업체들의 매서운 공세와 LCD 가격 하락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디스플레이 시장을 두고 정부의 '홀대론'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국내 수출의 큰 축을 맡고 있는 산업임에도 중국 등 디스플레이 산업 주요국과 달리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반도체 산업에 준하는 체계적 지원 없이는 디스플레이 시장 왕좌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옴디아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가별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에서 42.6%를 차지해 17년 만에 한국을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의 점유율은 33.2%에 그쳤다. 이 시장점유율은 LCD와 올레드(OLED)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중국이 연간 시장점유율에서 한국을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클러스터 전경 [제공=LG디스플레이] |
특히 올레드 시장보다 약 3배 큰 LCD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지난해 이미 50%를 넘어섰다. 한국은 그 사이 14.6%로 후퇴하면서 사실상 중국에 LCD 시장 주도권을 넘겨줬다.
또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올레드 시장 1위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나 중국의 추격이 예상보다 빨라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의 전 세계 OLED시장 점유율은 82.3%지만 지난 2016년 98.1%까지 올라간 뒤 줄곧 내리막을 타고 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1.1%에서 16.6%로 급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름잡고 있는 중소형 올레드 시장도 안심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중소형 글로벌 올레드 시장 점유율은 한국 90.3%, 중국 9.7%였으나, 올 2분기에는 한국이 72.1%, 중국은 27.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의 지원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 업계 차원에서 중국의 공세를 가까스로 방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디스플레이협회)는 지난달 26일 산‧학‧연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 발전전략 협의체'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디스플레이협회는 협의체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포함하고 세제 및 인력양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는 만큼, 불필요한 규제를 최대한 해소해달라는 목소리다.
이를 위해 디스플레이업계는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특별법)에 디스플레이가 반드시 포함돼야 하고, 튼튼한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핵심 소재와 장비에 대한 국산화 및 정부의 기술개발과 세제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이 특별법에는 반도체·2차전지‧백신 등 전략산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와 연구개발(R&D), 인력 육성 등을 전방위로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R&D 투자 중 최대 50%를 세액공제해주는 기술에도 디스플레이는 빠졌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경쟁국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우리 기업이 앞선 기술에 대한 사업화를 통해 경쟁국과의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며 "민간 부문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확대와 연구개발을 위한 고급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