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건조물침입 혐의 징역 6월 → 대법 "다시 재판"
지난 3월 뒤집힌 '초원복집' 전합 판례 따라 파기환송
"일반인 출입 허용…범죄 목적이라도 유죄 단정 안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대형서점에 들어가 수차례 물건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게 절도죄와 별도로 건조물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도청 장치를 설치할 목적으로 식당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 판례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3월 뒤집은 결과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절도와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A씨는 지난해 8~9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대형서점 디지털 코너에 진열된 시가 29만9000원의 이어폰을 훔치는 등 5차례에 걸쳐 합계 230만원 상당의 재물을 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물건을 훔칠 목적으로 해당 서점에 들어가 건물 관리자의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보고 A씨에게 건조물침입 혐의도 적용했다.
1·2심은 절도와 건조물침입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동종 절도 범행으로 수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다른 절도 혐의로 집행유예기간 중 자숙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서점에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 수 있고 달리 건물 관리자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피고인의 출입이 범죄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음식점에 출입했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음식점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 전합 판결을 제시했다.
대법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건조물침입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앞서 대법 전합은 지난 3월 24일 운송업체 임원들이 언론사 기자와의 대화 내용을 촬영하기 위해 식당 주인의 허락 없이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사건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1992년 대선을 앞두고 통일국민당 관계자들이 김기춘 당시 법무부 장관 등 정부기관장들을 도청하기 위해 부산 초원복국 식당에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했다가 주거침입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은 초원복집 사건 판례는 25년 만에 뒤집힌 바 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