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 가격 인상설...주요 제품 10% 안팎 ↑
명품 가격 수시로 올리고 줄세우기 여전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호갱'. 호구와 고객의 합성어로 물건을 살때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남들보다 비싼값에 사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겉으로는 고객을 존대하면서 뒤로는 호구로 여기는 장사치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최근에는 무분별한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을 구입하기 위해 오픈런(백화점 개점 시간에 맞춰 매장으로 달러가는 현상)에 참여하는 고객을 두고 자주 사용된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명품업계와 국내외 소식통에 따르면 샤넬은 7월 중 가격을 인상할거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샤넬이 주요 제품의 가격을 10% 가량 올린다는 것이다. 일부 VIP 고객들에게만 샤넬백 인상 관련 사전 공지가 이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가격 인상은 지난해에만 총 4번, 올해 들어선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핸드백 가격을 올렸다. 이달 초에는 '코코크러쉬' 등 파인 주얼리 제품 가격을 높였다. 코로나19 이후 샤넬은 국내에서 총 9번이나 가격을 올린 것이다.
구체적인 얘기도 나온다. 앞서 필리프 블론디오 샤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로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7월 중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중 두 차례 정도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관행을 고려할 때 7월쯤에는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인상설이 나돌자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 샤넬 매장 앞에는 개장 전 아침 일찍부터 대기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이렇다보니 "한국 소비자들이 물건을 실컷 팔아주고도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다", "한국 고객은 호갱이란 말이 괜히 나올 정도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샤넬이 매년 가격 인상을 거듭하자 고객들은 원성을 높이면서도 가격이 더 오르기전에 미리 제품을 장만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샤넬과 서울 아파트는 오늘이 제일 저렴하다"며 끝없이 이어지는 가격 인상을 한탄하는 소리가 흘러나올 정도지만 그럼에도 오늘도 오픈런에 참여하는 고객들은 여전히 많다.
이쯤되면 '호갱'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것 아닌가 여겨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명품을 소비하는 것은 비난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벌어 내가 쓰는데 어떻게 쓰든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명품이라는 무기로 비쌀수록 잘 팔리는 한국 시장 특수성을 이용해 '배짱 장사'를 하는 샤넬의 갑질 행위까지 눈감아서는 안 된다. 한 개인의 소비 효과는 개인 자신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타인에게, 나아가 사회와 국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선명히 인식하고 건전한 소비 행위를 견지해 나가야겠다.
shj10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