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2년'
국방부 "자살‧탈영 급감, 효과 커"
전문가들 "24시간 소지 문제 없을 것"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일선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2020년 7월 1일부터 전면 시행돼 딱 2년이 됐다. 국방부는 병사들의 군 복무로 인한 고립감 해소와 자기 계발, 건전한 여가 선용을 위해 휴일을 포함해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했다.
휴대전화 사용 이후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휴대전화 허용 이후 자살률이 27건에서 44% 감소한 15건으로 줄었고, 탈영 또한 78건에서 30% 낮아진 55건으로 감소했다. 국방부는 "군 생활 적응과 만족도 향상에 큰 영향을 줘 이 같은 성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19일 "지난해 일선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 만족도 조사에서 10명 중 8명인 80% 이상이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현재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일선 병사 비율은 97% 정로도 사실상 모든 병사들이 이용하고 있다.
일선 병사들이 일과 후에 생활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
◆'병사 휴대전화 사용확대' 윤석열정부 국정과제
이에 맞춰 국방부도 일선 병사들의 근무 여건 향상과 복지, 인권 개선 차원에서 윤석열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병사 휴대전화 사용시간 확대를 위해 오는 6월 2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시범운영을 시행한다.
현재 병사들은 평일 일과 후인 오후 6∼9시와 휴일 오전 8시 30분∼오후 9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시범운용에서는 현역병들이 아침 점호 이후∼오전 8시 30분과 오후 5시 30분∼9시 시간대의 '최소형', 아침 점호 이후∼오후 9시의 '중간형', 24시간 소지하는 '자율형' 3개 유형으로 나뉘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훈련병들은 입소 1주차 평일 30분과 주말·공휴일 1시간 사용을 허용하는 '최소형', 입소 기간 중 평일 30분과 주말·공휴일 1시간을 허용하는 '확대형' 2개 유형으로 나뉜다.
국방부 1차 시범운용에서는 참여 병사의 10명 중 7명 이상인 72%가 휴대전화를 24시간 소지하는 '자율형'을 선호했다.
국방부는 "이번 시범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확대 범위와 보완 사항을 파악한 후 휴대전화 사용 시간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선 병사들이 2020년 7월 1일부터 일과 후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국방일보] |
◆지평기 "소통·자기계발·여가선용, 심리적 안정 긍정 효과"
한 군인 아버지는 "아버지와는 세대 차이 난다고 타박하던 아들이 지금은 군 생활을 하며 가장 궁금하고 고민되는 것을 물어보고 있다"면서 "군인이기 이전에 군 복무 중인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아들과 전화 통화로 안부를 확인하고 소통의 폭을 넓히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아버지는 "우리 아들이 그러한 것처럼 군 복무 중에 가족·지인과의 통화로 다양한 도움과 격려를 받고 있을 것"이라면서 "아들에게 걸려 온 전화는 군 복무 중인 아들이 국방의 의무를 무사히 마치고 더욱 건강해져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고 말했다.
요즈음 '통신보안' 대신 '통신보약' 신조어가 유행한다고 한다. 군 복무하고 있는 아들의 전화 한 통이 부모에게는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는 '보약' 만큼 소중한 효과를 주고 있다. 전화 너머로 부모의 목소리를 들은 병사들도 마음의 안정을 얻고 임무에 몰입할 수 있는 '보약'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평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은 외부와의 자유로운 소통, 개인의 니즈에 맞는 자기계발, 여가활동 영위를 통해 군 복무에 대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덜고, 궁극적으로는 심리적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 선임연구원은 "전반적으로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긍정적 영향이 확인되는 가운데 인터넷 과다 의존과 불법 사이버도박 등 휴대전화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군사 비밀 유출과 일탈 행위, 부대원 간 단합 저해 등 일부 우려되는 문제점도 나타났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선 병사들이 휴대전화로 어버이 날을 맞아 부모님께 감사의 카네이션 사진을 보내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
◆진호영 "쓰는 시간과 방법 정해주고 안 지키면 제재"
진호영 전 국방개혁자문위원(공군 예비역 준장)은 17일 "우리 군이 일선 병사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면서 "개인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사회로부터 단절감과 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군대 적응까지 돕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진 전 위원은 "군 복무를 하는 일선 병사들의 삶의 질을 높여 복무 만족도가 엄청나게 높아질 것"이라면서 "병영도 이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한부분으로 가족·친구·사회와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 전 위원은 "작은 변화 하나로 병영과 일반사회가 비슷한 삶을 살게 된 엄청난 나비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면서 "장교와 부사관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데 병사들만 제한하는 것은 자율과 책임, 존중을 핵심 가치로 하는 병영문화 인권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언했다.
또 진 전 위원은 "일단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24시간 소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취침 시간 이후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주면 된다"면서 "병사들이 다 성인이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쓰는 시간과 방법만 정해주면 될 것이고 그걸 안 지키면 제재만 가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진 전 위원은 "지금 장교나 부사관들이 휴대전화를 24시간 사용하는데 어떤 문제가 생기고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휴대전화로 인해 일과를 못하면 그에 대한 혼을 내야지 그런 것이 겁난다고 휴대전화를 뺐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진 전 위원은 "일과 중이나 훈련 기간에는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쓰지 못하도록 지침을 줘야 한다"면서 "지금 장교나 부사관들이 일과나 훈련 중에 휴대전화를 꺼내 사용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진 전 위원은 "병사들이 계급이 낮다고 해서 통제 대상으로만 봐선 안 된다"면서 "군대도 이젠 병사들을 장교나 부사관과 똑같이 자율과 책임, 존중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