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최근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이른바 '마포 데이트폭력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은 눈물바다였다. 한때 사랑했던 여자친구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죄수복을 입은 피고인도, 늘 엄숙한 모습을 보이던 재판부도 울음을 참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말다툼을 하던 중 여자친구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에도 구급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배정원 사회부 기자 |
형량이 낮게 나온 이유는 피고인 이씨가 살인 혐의가 아닌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살해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살인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살인죄를, 고의성은 없었지만 상해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상해치사죄를 적용한다.
형법상 살인죄의 법정형은 최소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무기징역, 사형인 반면 상해치사죄의 법정형은 최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서로 다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감정충돌 중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하면서 상해치사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도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은 각 범죄마다 최소 및 최고 법정형을 설정해 두고 다양한 양형기준에 따라 가중 혹은 감경해 형을 확정한다. 감경 요소에는 '진지한 반성'이 포함되는데 이 때문에 범죄자들이 재판부에 제출하는 반성문은 꼼수 감형을 받을 수 있는 수단으로 지적돼 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3월 '진지한 반성'에 대한 기준을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 경위, 피해 회복 또는 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 노력 여부 등을 판단한 결과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씨는 이번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약 53건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또한 "저는 피해자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신 모든 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 재판장님께서 어떤 결과를 내려주시든 겸허히 받아들이고 평생을 반성하고 뉘우치며 살겠다"며 눈물을 흘리며 최후진술을 마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이씨는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의 잘못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피해자 유족 측도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진심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적어도 진지한 반성을 했다면 최우선적으로 유족들에게 사과를 했어야 했다. 과연 이씨의 눈물은 후회와 반성의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반성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형량을 줄이고자 한 악어의 눈물이었을까.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다.
유족들은 울면서 말했다. "첫 급여를 받았으니 갖고 싶은 선물을 고민해보라던 그 목소리가, 더위에 약하신 외할머니를 위해 에어컨을 선물하던 그 모습이 생생합니다. 사랑했던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사망한 저희 딸아이가 너무나 가엽고 불쌍하고 보고 싶어 살 수가 없습니다. 부디 피고인에게 엄벌을 처해 우리 사회에 더 이상 딸아이와 같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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