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닙니다. 건설 원자재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분양가격에 반영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국토교통부가 기본형 건축비를 상향한다고 하지만 현장에 반영되기 까지는 상당시간이 허비될 뿐 막상 반영하겠다고 하면 시공사교체를 하겠다고 반발하는 곳들이 한 두 곳이 아니에요"(A대형 건설사 고위 관계자)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원자잿값이 치솟으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해 인건비까지 상승했지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조합에 인상된 공사비를 요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앓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건설업계는 앓는 소리가 아닌 생존을 위한 '절규'라고 말한다. 올해 1분기 삼성물산·대우건설을 제외한 10대 건설사의 영업이익은 모두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두 자릿수 감소했다. 매출은 최대 두 자릿수 올랐는데도 실제로 벌어들인 수익은 적다. 매출보다 빚 이자가 더 많아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수주가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원자잿값 상승과 인건비 상승 등 각종 악재 속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후 관련 인력 충원에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실제 이달 레미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약 16.1% 가량 올랐다. 레미콘과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러시아산 유연탄 가격도 1분기보다 50% 올랐다. 레미콘 기사들, 철근 콘크리트업체들도 공급단가를 놓고 파업하고 있다.
심해지는 원자재 쇼크는 건설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건설사만의 고충이 있다. 다른 업계와 달리 쇼크를 상쇄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시멘트사는 시멘트 가격을, 레미콘사는 레미콘 가격을 올리면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이를 위해 건설사와 맺는 공급계약은 자연스레 연 단위에서 분기 단위, 월 단위로 더 자주 갱신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로 알려졌다.
문제는 원자잿값과 인건비를 각 현장에 반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특히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인해 공사비 인상분을 재건축‧재개발 조합에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벌어진 둔촌주공 공사중단 사태와 더불어 최근 부산·성남 등 대형 재개발 사업엔 공사비 문제를 우려한 건설사들이 아무도 수주에 나서지 않는 일이 생기고 있다.
발주처도 할 말은 있다. 공사비를 두 자릿수 올리려면 수익원인 분양가도 이 정도 올려야 하는데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분양가로 충당하는 주택 사업비에서 공사비의 비중은 통상 30~40%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신규 주택 공급 확대와 집값 안정이란 목표를 실현하려면 분상제와 재초환 등에 대한 규제완화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란 걸 인식해야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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