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제품 수요↑...마트 같은 대량 매입도
신선식품·생활용품으로 할인 품목 확대
편의점, 다목적 생활 소비 채널로 발돋움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사회 초년생 김모 (29·남)씨는 하루에도 2~3번씩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장도 본다. 점심에는 '구독서비스'로 예약한 도시락을 할인 받아 구입하고 저녁에는 '마감 세일' 중인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손에 넣기 위해서다. 근무지 인근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시 종로구 삼천동인 까닭에 타지역보다 외식비가 높다. 그는 "전보다 간편식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도 더 저렴해 예약 없이 먹기 힘든 품목도 생겼다"며 "야근 후 마트가 닫는 시간에도 열리는 편의점에서 신선식품과 생필품도 구입한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에 식자재와 외식비에 이어 가스·전기와 같은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인상되는 가운데 편의점 업체들 사이에서 초저가 행사 경쟁이 벌어졌다.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할만큼 식비를 줄이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CU에 따르면 '구독 쿠폰' 사용량 신장률은 오피스가와 대학가가 각각 126.1%, 98.4%로 가장 높았다. [사진=BGF리테일] |
◆ 편의점, 온라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
4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업계는 마트 수준의 가성비(가격대비 높은 효용)자체 브래드(PB)을 내놓고 상품 직매입을 통해 단가를 낮추는 시도를 통해 간편식뿐 아니라 생활용품과 신선식품과 같은 '장바구니 상품' 공략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30일 초저가 브랜드 '굿민'을 출시하고 초저가 상품으로 달걀과 두부와 같은 식품 5종을 50% 할인된 가격에 판다. 콩나물(300g)은 500원, 수입 냉동 삼겹살(500g)은 9900원에 판매하는 데 1100~2050원대인 콩나물과 9000~1만3천원대인 삼겹살의 온라인 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다. 식품 외에도 생활용품과 같은 공산품도 최대 75%까지 할인 판매한다.
GS25도 계열사 슈퍼마켓인 GS 프레시에서 운영하는 PB '리얼프라이스'에 키친타월과 휴지 등 공산품 6종을 편의점에도 지난달부터 선보였다. '리얼프라이스'는 GS더프레시가 중소업체를 발굴해 일반 상품의 가격에 70~80%대 가격에 판매하는 초저가 브랜드다.
2000원대 도시락도 등장했다. 이마트24의 '민생 시리즈'도 초저가 브랜드다. 490원짜리 라면, 300원짜리 포장김 등 대부분 제품이 1000원 이하다. 2000원대 미니덮밥도 인기다. CU는 지난 4월 3년 만에 2000원대 도시락을 출시한 데 이어 마늘·고추·대파 등을 소포장한 '싱싱생생' 15종 지난달 13일부터 판매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가까운 편의점에서 양질의 생필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했다"며 "이를 발판으로 편의점이 다목적 생활 소비 채널로 한 단계 더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초저가 상품 브랜드 '굿민'을 출시했다. 굿(Good)과 민(民)의 합성어로 소비자에게 양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겠다는 의미다. [사진=세븐일레븐] |
◆ 저가상품 수요 증가로 대량 매입 ...'구독·규모의 경제' 편의점서도
편의점 구독서비스도 등장했다. 구독 서비스로 소비자는 추가 할인 혜택을 받고 기업 입장에선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락인(Lock-in·가두기)효과를 기대할 수있어서다. 수요도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재고율을 낮춰 보다 안정적인 경영도 가능하다.
물가가 오르면서 편의점 구독서비스도 인기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해 1~5월 구독 쿠폰 서비스 사용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BGF리테일은 'CU 구독 쿠폰 서비스'를 운영한다. 월 구독료를 내고 자주 이용하는 품목을 정하면 해당 품목을 할인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월 구독료 2000원을 내고 '아메리카노'를 선택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30% 할인 쿠폰(1일 1회)이 발급된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도 구독서비스인 '더팝플러스'(THE POP+)를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다. 월 3990원을 내고 서비스에 가입하면 샐러드와 즉석조리식품(치킨 군고구마), 반찬거리 등 다양한 먹거리(월 15개)를 최대 20% 할인받을 수 있다.
편의점에서 마감 직전에 '땡처리 세일'도 연다. 세븐일레븐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라스트 오더'를 운영한다. 도시락‧삼각김밥‧우유 등 24개 품목 5000여 개 상품이 대상이다. 2020년 2월 시행 이후 2년간 160만개 제품이 '라스트 오더'로 팔렸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구독으로 정기적으로 상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도시락과 채소와 같은 신선식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마트처럼 대량 매입으로 원가를 낮추거나 중간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직매입을 통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