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휘발유 가격 낮춰라" 정유사 저격
제프 베이조스, 미국 정부에 '잘못된 방향" 반발
국내 정치권 '횡재세' 여론 솔솔...정유업계 촉각
정유업계 "횡재세는 반시장적·이중과세" 반발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최근 미국에선 대통령과 기업가간 소셜미디어를 통한 설전이 벌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금은 전쟁과 글로벌 위험의 시기로 휘발유 가격을 낮추라
"며 정유사들을 압박했고, 이에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잘못된 방향'이라며 미국 정부를 향해 저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휘발유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줄곧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 사상 최초로 평균 가격이 갤런 당 5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정부의 전략비축유, 관련 세금 인하로 가까스로 갤런 당 4달러 대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보다 비싼 수준이다.
미국의 물가상승 상황은 심각하다. 미국이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금리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등으로 배불리고 있는 정유사에 초과이윤세 이른바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를 부과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횡재세는 정상 수준을 넘는 이익을 낼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일시적으로 매기는 소득세를 말한다.
[서울=뉴스핌] 사진=홍종현 미술기자 |
횡재세 도입은 일찌감치 유럽으로부터 시작됐다. 영국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기업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에너지값 급등으로 수익을 거둔 에너지기업을 상대로 법인세를 추가로 걷고 있다.
지난달부턴 이런 횡재세 도입 여론이 우리나라에도 불붙는 모양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의 초과이익 환수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발언했고,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지난달 23일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정유사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 정유업계는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민간기업의 수익을 환수하는 것 자체가 시장 논리에 맞지 않은데다, 정유업계는 지난 2년간 유가폭락으로 5조원대 적자를 내오다 올 들어서야 흑자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국제유가 상승과 높은 정제마진으로 최대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정유업계는 반시장적, 포퓰리즘적인 횡재세 발상 자체가 서민 고통 원인과 불만을 기업에 떠넘기려는 시도라고 주장한다. 특히 적자를 낼땐 정부가 외면하더니 흑자를 내니 횡재세 명목으로 초과이윤을 회수하려는 시도가 법인세 부과 등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횡재세 논란이 정유업계 뿐 아니라 최근 이자 장사로 돈을 벌고 있는 은행·금융권과 수익을 내고 있는 반도체를 비롯한 다른 제조업체 기업까지 불붙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초과이익을 낸 기업을 상대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의 이유로 서민을 위한 한시적인 마진 조정 등 자발적인 참여는 요청 가능하다. 시장주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을 상대로 강제적으로 세금으로 회수하려는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유가가 많이 하락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유업계 역시 올 하반기 불확실한 시장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의 흑자는 영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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