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제자리인데 체감물가는 고공행진
미국·캐나다 물가상승 연동해 매년 손질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인플레이션은 입법 없는 과세다."
이는 미국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한 말이다. 물가가 오르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걷는 세금도 자동적으로 오르게 된다는 얘기다. 요즘 물가급등을 이 말이 더욱 실감나게 느껴진다.
성소의 경제부 기자 |
월급 통장에 찍히는 급여액은 변함 없지만 물가가 오른 탓에 실질 소득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직장인들의 임금 인상률은 5%라고 한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은 이미 6%를 넘어섰고 앞으로 7~8%를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이 엇비슷하면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전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현행 소득세 체계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소득세 세율은 2008년 4단계로 설정된 이후 14년 가까이 그 근본 틀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고소득층 구간을 늘리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일부 개편이 이뤄졌지만 고소득자 중심의 과세 강화에만 신경 쓴 나머지 서민과 중산층이 집중된 구간(8800만원 이하)은 2010년을 마지막으로 10년 넘게 같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명목임금이 오르면서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된 월급쟁이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예를 들어 과표구간 4500만원에 해당하는 직장인이 있다고 치자. 1년 뒤 임금이 5% (225만원) 올랐다고 가정하면 소득세 과세표준은 4725만원으로 늘어난다. 이 사람 입장에서는 임금이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올라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 들었지만, 과세표준 구간은 4600만원을 초과하게 돼 세율은 15%에서 24%로 상승한다. '소리 없는 증세'나 다름없다.
실제로 정부의 소득세 수입은 크게 증가했다. 근로소득세 수입은 14년 전 36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14조1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4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선진국들처럼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도록 소득세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과 캐나다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연동해 매년 소득세 과표구간 기준금액을 조정하고 있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기획재정부도 15년 만에 소득세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다만 물가와 연동하는 방식의 소득세 체계는 당장 도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기재부가 현재 들여다보고 있는 방안은 과표 하위 구간을 중심으로 일부 조정하는 정도다. 서민과 중산층의 세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춘 만큼 전체 과표구간을 건드리지 않고 하위구간만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유례 없는 물가상승률을 경험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소득세 개편이 시급하다. 기업을 지원해 민간 활력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월급쟁이들의 삶도 들여다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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