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조원 이상 대형 기업 감사 품질수준 상향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금융당국이 올해 발생한 횡령 사고와 관련해 최근 3년 이내에 외부감사인 교체한 기업에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감사인 간 매칭 방식을 개선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기업과 감사인 분류 기준을 개편한다고 17일 밝혔다.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기업의 경우 감사 품질관리 수준이 가장 높은 회계법인이 지정 감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을 변경 예고한다. 개정안은 오는 9월 금융위 의결을 거쳐 10월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업과 감사인 분류 기준이 개편된다.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기업의 경우 감사 품질관리 수준이 가장 높은 회계법인이 지정 감사를 수행하게 된다. 또 회계법인의 군 분류 기준을 품질관리인력과 손해배상능력 등 감사품질과 투자자 보호 중심으로 개선된다.
본래 기업은 자산총액을, 감사인은 규모·품질관리 수준 등을 기준으로 분류돼 매칭됐는데 일부 수준이 미흡한 중견회계법인에 대형 기업 감사가 배정되면서 생기는 회계 자원 비효율 배분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또 감사품질 관련 사항이 감사인 지정제도와 연계된다. 감사인 지정제도란 독립적인 외부감사가 필요한 기업에 대해 증권선물위원회가 해당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지정감사인을 정하기 위해 회계법인을 회계사 수, 경력기간 등에 따라 감사인 지정점수를 산정한다.
개선안은 회계사 수 기반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감사인에 대한 품질관리감리 및 품질관리평가 결과를 지정점수에 반영한다. 또한, 재무제표 감리 결과 부실감사에 부과되는 지정제외점수 효과를 높인다.
중견회계법인 쏠림현상도 완화된다. 전체 지정대상의 39%를 차지하는 회계부정 위험이 큰 기업은 하향 재지정을 제한한다.
이는 현행 지정 대상 기업군으로 나눠졌던 ▲가(5조원 이상) ▲나(1조~5조원) ▲다(4000억원~1조원) ▲라(1000억원~4000억원) ▲마(1억원 미안)에서 4개 군으로 개선된다.
금융위는 기존 5개 군에서 ▲가군(2조원 이상) ▲나군(5000억~2조원) ▲다군(1000억~5000억원) ▲라군(1000억원 미만)이 기존 회계법인 감사와 더불어 지정정수가 바뀐다.
금융위는 "최근 발생한 횡령 사고 대부분 최근 3년 이내에 외부감사인을 교체한 것에서 비롯괸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복잡한 기업군을 나눠 일원화 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들어 메리츠자산운용과 오스템임플란트는 각각 감사인을 변경한지 3년이 안된 기업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대규모 횡령 사건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위는 감사품질이 우수한 상장사 미등록 감사인에게 중규모 비상장사 2개사를 우선 지정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감사인 지정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여부는 운영 평가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검토하겠다"며 "다음달부터 학계·기업·회계업계 관계자들과 관련 TF를 운영해 실무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