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의 고용·물가 지표 앞두고 가이던스는 '자제할 듯'
시장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0.75%p 인상
"매파적 기조 끝났다는 메시지 기대하기 힘들 것"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현지시간으로 26~27일 양일간 열리는 미국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은 온통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으로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 앞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 금리를 6월에 이어 다시 한번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27일 오전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도 현재 1.5∼1.75% 범위인 연준의 기준 금리가 이번 회의에서 0.75%포인트 인상한 2.25~2.5%로 오를 가능성을 72.7%로 반영하고 있다.
[한국시간 기준 7월 27일 오전 미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 [사진=CME그룹 데이터] |
◆ 9월 회의까지 2번의 고용·물가 지표 앞두고 '포워드 가이던스' 자제할 듯
금리 인상 폭에 대해 시장이 어느 정도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는 만큼, 이번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차기 회의에 대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가이던스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26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두 차례 FOMC 이후 파월 의장이 차기 회의에서의 금리 인상폭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인 언질을 줬던 것과는 달리 이번 회의에서는 차기 금리 인상과 관련해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안내)'를 자제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5월 회의 이후 파월 의장과 연준 위원들은 6월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6월 회의 이전 나온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강력한 것으로 확인되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또 파월과 연준 관계자들은 6월 회의 이후에는 차기(7월) 회의에서 0.5~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하지만 6월 CPI 상승률이 9.1%로 치솟자 시장에서 1% 인상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나섰고, 이에 연준 위원들이 시장의 우려를 진정시키고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앞서의 가이던스가 빗나가며 '선제안내 무용론' 불거지는 상황에서, 연준이 9월 회의에 앞서 2번의 고용 보고서와 CPI 발표까지 앞두고 무리해서 가이던스를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연준 전직 이코노미스트이자 현재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인 윌리엄 잉글리시는 "내가 (파월이라면) 9월이나 그 이후 회의와 관련한 가이던스는 가능한 피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연준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이던스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진단했다.
지난주 열린 7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도 6월 가이던스에서 예고한 것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어떤 종류의 선제안내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변수가 산적한 만큼 섣부른 가이던스로 시장에 혼란을 주기보다는 지표와 경제 상황 추이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연준 위원들 사이 향후 금리 인상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연준이 가이던스를 자제할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이유다. 지난 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은 올해 기준금리가 최소한 3%는 웃돌아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했으나, 최근 일부 매파 위원들은 치솟는 물가를 이유로 12월까지 기준금리를 4% 근방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이 굳이 시장의 신뢰를 잃을 리스크를 감수하며 선제안내를 제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시장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0.75%포인트 인상
올해 연준은 9월 말, 11월 초, 그리고 12월 중순 총 세 차례 통화 정책 회의를 남겨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인플레이션과 노동 시장 추이가 연준의 통화 정책에 지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는 성장주에, 성장 둔화 조짐은 경기 순환주에 통상 부정적이지만, 일단 연준의 의도가 명확해지면 시장은 이를 예상하고 한 발 앞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 연준조차도 통화 정책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여러 변수들로 인해 향후 경기와 인플레이션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는 데 있다. 투자자들이 선뜻 바닥을 잡지 못하고 망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밝은 표정의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단 7월 회의에서 연준이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예상을 뒤엎고 0.5%포인트나 1%포인트에 나설 서프라이즈가 연출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이와 관련 배런스는 연준이 1%포인트 인상에 나선다면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강력한 매도세'가 출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금리에 따른 여파로 최근 반등세를 보이던 성장주의 주가가 다시 내려앉고, 강력한 긴축으로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 경기 순환주도 무사하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그나마 방어주 성격이 강한 유틸리티나 필수 소비재 섹터가 선방하겠지만, 시장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들 섹터도 주가 하락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란 진단이다. 국채 금리가 오르며 국채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일한 승자는 미 달러화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연준이 예상보다 적은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경우에는 고금리가 주가 밸류에이션에 미치는 부담이 줄며 주식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랠리가 나타나겠지만 이 같은 랠리가 오래 가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에서 연준의 물가 안정 의지에 대해 불안을 표시할 가능성이 크고, 예상보다 적은 인상 폭을 두고 미 경제의 체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에서 현재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연준이 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는 상황이다.
◆ 이번 회의서 "매파적 기조 끝났다는 메시지 기대하기 힘들 것"
풋남 인베스트먼트의 제이슨 베일랑코 글로벌 거시 전략가는 배런스에 "연준의 매파가 정점(peak hawkishness)에 이르렀다는 조짐이 조금이라도 포착되면 또다시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에서의 일시 반등)를 기대해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은 끝나지 않았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연준 풋'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연준 풋'은 연준과 풋옵션 합성어로,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연준이 시장에 개입해 일정 수준 이상의 낙폭을 제한할 것이란 시장의 믿음을 뜻하는 용어다. 당장 시장에서 예상에 부합하는 금리 인상에 안도 랠리가 나타나더라도 이를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뉴욕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로렌 굿윈 이코노미스트 역시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한 증거를 나오기 전까지 시장이 계속 변동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7월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으로부터 매파적 기조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