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日 추천서 미흡 판단 자문기관 송부 보류
"정부 의사결정 지연 탓, 책임 불가피"…청문회 예고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유네스코(UNESCO)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 등록심사에서 제외하며 일본 정부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자 일본 정치권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부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29일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호소다 켄이치(細田健一) 경제산업성 부(副)대신(차관) 겸 자민당 세계문화유산등록실현의원연맹 사무국장은 도쿄에서 기자들에게 "정말 놀랐다. 내년 등록을 위해 순조롭게 절차를 밟고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강행한 28일 밤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초치되고 있다. 과거 일본 최대 금 광산 중 하나였던 일본 니가타현에 소재한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당시 '군함도(하시마 탄광)'와 함께 조선인 강제 징용 현장 중 하나기도 했다. 태평양 전쟁 시기 1000~2000명의 조선인이 사도 금광에서 노역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함도는 앞서 2020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2022.01.28 yooksa@newspim.com |
그는 "(정부가 사도광산이 있는 지방자치단체) 니가타(新潟)현과 사도시에 정보 공유도 하지 않았다"며 "매우 문제"라고 비판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 니시무라 지나미(西村智奈美) 간사장도 "너무나 불분명한 것이 많다. 경위를 밝히고 등록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헌민주당의 한 간부는 "등록이 늦어지면 관광업 등에도 영향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지난 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사도광산을 추천했던 일본 정부는 전날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가 '정부 추천서 미비'로 내년 등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네스코는 사도광산 범위를 표시하는 자료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가 제출한 추천서를 자문기관에 송부하지 않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사도광산을 구성하는 유적 중 하나인 니시미카와사금산(砂金山)에서 과거에 사금을 채취할 때 사용된 도수로(導水路, 물을 끌어들이는 길) 중 끊겨 있는 부분에 관한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사도광산은 오는 2023년 세계문화유산 등재 심사 과정에서 제외됐고, 당초 일본 정부 목표였던 내년 중 등재는 사실상 불발됐다.
일각에서는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가 지연된 데 대해 앞서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반대를 의식해 추천서 제출 결정을 유보한 점을 문제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부는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었던 지난 1월 28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강력하게 항의한 바 있다.
당시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정부는 우리측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시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러한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후 이 사안을 한일 간 중요한 현안 중 하나로 관심을 가지고 유네스코 및 국제사회와 소통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이 군함도 등재 시 약속을 재대로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 사도광산이 또 등재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일본 측과 유네스코 측에 문제제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토 마사히사 외교부회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부 의사결정 지연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실수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정부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사도광산은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 위치한 광산 섬으로 에도시대(1603~1867) 일본 최대 금광이었다. 태평양전쟁 시기에는 구리, 철, 아연 등 주로 전쟁물자를 확보 시설로 활용됐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를 의식해 2018년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추진 후보 결정을 유보했다. 다만 니가타현·사도시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사도광산은 2021년 12월 28일 등재추진 후보에 선정됐다. 일본은 추천서에 대상 기간을 태평양전쟁을 배제한 에도시대로 한정해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자민당은 이날 정부로부터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관련 경위를 듣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일본 정부는 올해 9월 말까지 잠정 추천서를 제출하고 내년 2월 1일까지 정식 추천서를 다시 제출해 애초 계획보다 1년 늦은 2024년 세계유산 등록을 다시 노리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은 또 한국이 2024년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위원국이며 임기는 2025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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