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21개월 연속 증가에도 적자폭 확대
누적 151억달러 적자…금융위기 웃돌아
[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수출이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높은 수준의 에너지 가격 등의 영향으로 수입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14년만에 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무역적자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상반기 누적 무역적자는 150억달러를 넘어섰다. 앞서 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금융위가 당시인 2008년 연간 적자 규모를 웃도는 수치다. 하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무역적자 상황이 지속될 경우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의 역대 최대 적자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수출 21개월 연속 증가에도 적자폭 확대…에너지 수입액 폭등 영향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7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60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증가했다. 7월 기준 최고치인 지난해 7월 555억달러를 50억달러 이상 증가하면서 역대 7월 최고실적을 경신했다(그래프 참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주요국 긴축 정책과 전년동월 높은 기저(29.6%)에도 불구하고 증가하면서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15대 주요 품목 중 절반 수준인 7개 품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제품(86.5%)·자동차(25.3%)·이차전지(11.8%)가 역대 월 기준 1위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반도체(2.1%)도 역대 7월 1위를 달성하며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9개 수출 지역 중 5개 지역으로의 수출이 늘었다. 미국 수출은 14.6% 늘어난 100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월 기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아세안은 20.9% 늘면서 9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상회하는 호조세를 이어갔다. 유럽연합(EU)와 중동, 인도로의 수출도 각각 14.6%, 11.7%, 92.4% 증가한 반면 중국으로의 수출은 2.5% 줄었다. 산업부는 대(對)중 수출 감소원인을 2분기 본격화된 경기 둔화세 등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한편 높은 수준의 에너지 가격 등의 영향으로 7월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1.8% 늘어난 654억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46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은 1년 전 97억1000만달러 대비 87억9000만달러(90.5%) 증가한 185억달러로 수입 증가세를 주도하며 적자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 7월까지 누적 151억달러 적자…금융위기 당시 적자 규모 웃돌아
올해 들어 무역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면서 사상 최대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월에는 49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월(10억달러)과 3월(2억달러)에는 흑자로 돌아섰으나 4월 25억달러 적자를 보인 뒤 5월에도 16억달러만큼 수입이 더 많았다.
6월에는 2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는 104억달러 규모 적자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적자였다. 기존의 상반기 역대 최대 무역수지 적자 기록인 1997년 91억6000만달러보다 높고 상·하반기 통틀어 반기 기준으로는 1996년 하반기 125억5000만달러 적자보다 적다.
7월에도 46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7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51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2008년 연간 적자 규모인 132억7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무역수지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1996년 기록한 역대 최대 무역적자 규모인 206억2000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너지 값 급등의 주요 원인인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경훈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수입은 대외적인 요인으로 단가가 상승한 영향이 있고 수출보다도 수입이 워낙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적자가 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연간 적자를 피하지 못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잇달아 하향되는 등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2.9%로 0.7%포인트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무역적자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달 안으로 우리 수출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해온 규제의 개선과 현장의 애로해소 방안, 주요 업종별 특화지원 등을 망라한 종합 수출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에서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에 이르는 총체적 지원을 통해 혁신적 산업 생태계 구축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fedor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