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7돌 '자주 국방의 길을 묻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 전문가 진단
남북 미사일 전력 비교와 한국군 대책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권용수(해사 34기‧65) 전 국방대 교수는 11일 "한국군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오는 2030년대 초까지 실전 배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전 교수는 "2021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이 장기 신규 소요로 결정됐고 일부 핵심 기술은 이미 개발된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전의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해 다종의 최첨단 무기들을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실전 배치하면서 전 세계가 군비 경쟁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특히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에 더해 다종‧다량의 탄도미사일, 방사포까지 대비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남북 간 미사일 전력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국민적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한국군, 극초음속 미사일 핵심 기술 이미 개발"
북한 미사일 전력에 대해 권 전 교수는 "극초음속 무기가 전력화되고 저고도 정밀유도의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한 재래식 탄도미사일과 섞어쏘기 방식으로 다차원적 동시 공격을 하는 경우에는 우리 군이 막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대비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권 전 교수는 "종말단계 다층방어의 현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지역(地域‧area defense) 방어 수준이 아닌 전구(戰區‧ theater defense) 방어 개념의 다단계 다층방어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제언했다.
북한의 미사일 전력에 대해 권 전 교수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을 최상위 그룹이라고 하면 바로 그 다음 그룹의 상위 수준으로 볼 수 있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지만 한국군도 대단한 잠재적 역량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 전 교수는 한국군이 자주 국방력을 갖추기 위해 "무기체계 중심이 아닌 전투력 관점에서 '무기체계+전략전술+인재양성'의 개념 중심의 능력기반으로 변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권 전 교수는 "이것이 진정한 자주국방이고 천문학적 국민 혈세를 낭비하지 않는 길"이라면서 "무기체계가 아무리 좋아도 전략전술이 미흡하고 뛰어난 운용자가 함께 할 수 없다면 싸워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기체계+전략전술+인재양성' 중심 변혁 시급
한미군이 굳건한 한미연합방위 태세로 대북 억지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확장 억제력과 미 전략자산 전개는 결국의 한미 군사동맹의 힘으로 우리나라의 안보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강력한 한미 군사동맹의 바탕 위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우리 힘으로 지킬 수 있는 자주국방의 기틀을 다져나가야 한다. 이미 미중 간에는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사회의 냉혹한 힘의 질서를 보여준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사실상 무력시위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미국과 중국‧러시아‧북한의 군사적 대립 구도가 첨예화될수록 강대국 틈바구니에 낀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필요성은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올해 8‧15 광복 77돌을 맞았다. 우리 힘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어 당해야만 했던 비참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주국방의 군사력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
무기체계 권위자이며 북한 미사일 전력 전문가인 권 전 교수로부터 남북 미사일 전력을 비교 분석하고 자주 국방을 위한 한국군의 대책은 무엇인지 자세히 들어봤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2년 1월 12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연속 성공"이라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참관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진 = 노동신문] |
◆북한 미사일 전력, 미·러·중 다음 '상위 수준'
-북한 미사일 전력을 평가한다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을 최상위 그룹이라 한다면 바로 그 다음 그룹의 상위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사거리 300km 이하인 KN-02부터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15·17형까지 사거리별 다양한 미사일을 대부분 전력화해 운용 중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정도는.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는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특히 극초음속 무기가 전력화되고 저고도 정밀유도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한 재래식 탄도미사일과 섞어쏘기 방식으로 다차원적 동시 공격을 하는 경우에는 우리가 막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현대전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북한도 미‧중‧러처럼 개발하고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만이 전력화했을 정도로 어려운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021년 첫발사 이후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극초음속 무기를 3차례 시험 발사할 정도도 공격적이다. 특히 2·3차 비행에서 활공도약비행과 측면기동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수직·수평회피기동의 상당한 기술 진전을 보여준다.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군 대응 수준은.
▲고도화된 북한 위협에 대해 한국형 3축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군사 중심의 단편적 대응전략과 방어체계 구축으로는 한계가 있다. 포괄적 안보관점의 국가전략 차원에서 대응 방법과 수단을 재설계할 시점이 됐다. (한국형 3축 체계는 현실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구축이다)
중국군이 2022년 8월 1일 건군(建軍) 95주년 기념일을 맞아 극초음속 무기인 둥펑(DF)-17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있다. [사진=글로벌타임스] |
◆한국군, 종말단계 다층방어 현 KAMD '한계'
-북한 미사일 대응에 있어 어떤 부분에 한계가 있나.
▲특히 종말단계 다층방어의 현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가능성이 큰 북한의 섞어쏘기 형태의 다차원적 동시 공격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은 지역(地域‧area defense) 방어 수준이 아닌 전구(戰區‧theater defense) 방어 개념의 다단계 다층방어 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북한 미사일 능력과 비교했을 때 한국군 수준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군도 최근 현무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서 봤듯이 대단한 잠재적 역량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미사일 개발을 제한해왔던 한미 미사일협정이 종료됐다. 이제는 한국군도 다양한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고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전장의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는 미·중·러 극초음속 무기 능력을 평가한다면.
▲극초음속 무기를 전력화한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뿐이다. 특히 러시아는 킨잘(Kinzhal)과 아방가르드(Avangard)를 각각 2017년과 2019년에 전력화했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지르콘(Zircon)도 올해 안에 해군에 실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내년에 처음으로 극초음속 무기 LRHW(Long Range Hypersonic Weapon)를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해협의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능력은.
▲중국이 2019년께 전력화해 운용 중인 최대사거리가 2500㎞ 극초음속 무기 둥펑(東風·DF)-17은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와 항공모함 같은 고가치 함정에 대해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2025년쯤이 되면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들은 DF-21D와 함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자산으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제1도련선(島鏈線·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라카해협) 안으로 진입하는 미 항모를 막고 거부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극초음속 기술 추구는 단지 중·러·미 세 나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군비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한미 미사일 부대가 2022년 5월 2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해 연합 지대지 미사일 훈련을 실시했다. 한국군이 현무-II를 동해상으로 실사격 하고 있다. [사진=합참] |
◆미래전 승패, 우주‧사이버‧전자전에 따라 결정
-한국군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능력은.
▲북한보다 늦었지만 한국군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오는 2030년대 초까지 실전 배치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2021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이 장기 신규 소요로 결정됐고 일부 핵심기술은 이미 개발된 상태로 알려졌다.
-무기체계 분야에서 자주국방력을 갖추기 위한 선결 과제는.
▲미래전의 승패는 우주와 사이버‧전자전에 의해 결정된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무기체계 분야에서 자주 국방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주 기반 감시와 조기경보체계 확보가 시급하다. 드론과 유‧무인 복합체, 극초음속 무기,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Directed Energy Weapon)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간 대만해협 충돌을 보면서 한국군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러난 군사적 시사점은 첫째, 지상군의 전통적 2차원 작전의 한계를 노출했다는 것이다. 둘째, 드론의 군사적 효용성이 입증됐다. 셋째, 미사일과 같은 장거리 무기에 의한 비접촉 전투 효과성이 검증됐다. 넷째, '무기체계 성능이 전투력은 아니다'라는 것도 확인됐다. 결국 최상의 전투력은 무기체계와 전략전술, 전투원의 통합에 의한 시너지 효과라는 말이다.
-올해 광복 77돌을 맞았다. 진정한 자주국방을 위해 한국군에 가장 시급한 부분은.
▲불행하게도 우리 국방력은 무기체계 중심이 아니었나 생각되고, 전투력 관점에서 개념 중심의 능력기반(무기체계+전략전술+인재양성)으로의 변혁이 가장 시급하다. 무기체계가 아무리 좋을지라도 전략전술이 미흡하고 뛰어난 운용자가 함께할 수 없다면 싸워 이길 수 없다. 이것이 진정한 자주국방이고 천문학적 국민 혈세를 낭비하지 않는 길이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