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규제 폐지' 찬반의견 2대8 수준
투표 마감 임박해 근로자 권리 보장 의견 급증
표쏠림에 여론왜곡 지적도...정부 "논리가 중요"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새 정부 출범 후 도입된 규제심판회의 첫 안건인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 폐지 찬반 온라인 투표 현황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참여율이 예상보다 저조한 데다 규제 폐지 찬성 의견이 근소하게 앞서던 초반과 달리 뒤로 갈수록 특정 논리를 앞세운 반대 의견이 폭주하면서 여론 왜곡 지적을 낳고 있다.
23일 정부가 운영하는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진행된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 개선' 온라인 토론에 총 3073명이 참여했다. 전체의 87.5%인 2689명이 규제 폐지 '반대'에 투표했고, '찬성' 의견은 337명(11.0%)에 그쳤다.
국무조정실 관계자에 따르면 토론 참여자 가운데 일부가 같은 기간 함께 진행된 '수산물유통업 외국인근로자 고용 허가' 투표에서 대형마트 규제 찬반 이유를 쓴 경우도 있어 최종 집계 결과와는 근소하게 차이가 날 수 있다.
투표 결과만 놓고 보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오전 0시~10시)과 매월 2일 의무휴업일 지정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규제 개선에 반대하는 김모씨는 "한 달에 이틀 대형마트 이용을 못한다고 해서 삶의 질이나 생필품 구매의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대형마트 휴무일에 주변 작은 마트나 시장을 이용하게 된다"는 의견의 제시했다. 또 다른 반대자인 김모씨도 "법이 만들어졌을 때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서 "답을 정해놓고 밀어붙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지적했다.
반면 규제 개선에 찬성하는 고모씨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휴업일에 전통시장으로 가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전통시장을 대형마트처럼 위생적이고 현대적으로 개선해야 둘 다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찬성자인 엄모씨도 "대형마트 영업 막는다고 골목상권이 살아나지도 않을 뿐더러, 대형마트 종사자의 주말 휴식권과 건강권 보장은 대형마트가 추가적인 고용 창출을 통해 순환근무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영업 규제를 강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토론 페이지가 개설되고 초반에는 이와 같이 대형마트 영업규제 폐지 찬반 논리를 충실히 담은 의견이 주를 이뤘다. 토론 첫 날에는 규제 폐지 의견이 반대 의견을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마감에 임박해 '마트 근로자 휴식권' 보장을 이유로 규제 개선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근로자의 권리', '쉴권리 존중', '노동자의 건강권', '주말 휴식권' 등의 문구가 들어간 반대 의견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막판에는 찬성 의견을 찾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를 두고 인위적인 여론 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특정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조직적인 개입이 의심된다"면서도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어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투표가 실제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이 지난달까지 진행한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은 57만7415개의 '좋아요'를 얻어 1위로 마감됐다. 대통령실이 어뷰징(중복 전송) 문제를 이유로 정책 반영 계획을 철회했지만 대형마트 업계는 이를 규제 철회 여론 우위의 근거로 해석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규제정보포털에서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 투표 쏠림 현상이 일어난 것과 관련해 "찬반 수치가 규제 개선 논의의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라면서 "양측의 논리를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dream7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