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부터 금융정보분석원과 기획조사 착수
총 16명 검거…검찰송치 2명·과태료 7명·조사 7명
무역대금 위장 해외로 자금 송금…국내 이체후 매도
해외 가상자산 구매자 자금 모집해 해외 송금 대행
23개사 외환거래 불법 여부 추가 조사…"엄정 대응"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관세청이 반년간의 기획조사를 통해 2조원 넘는 불법 외환거래를 적발했다.
서울본부세관은 올해 2월부터 실시한 '가상자산 관련 불법 외환거래 기획조사'를 통해 총 2조715억원 규모의 불법 외환거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총 16명을 검거해 2명은 검찰송치, 7명은 과태료 부과, 7명은 조사 중이다.
서울세관은 지난해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과 연계된 불법 외환거래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 올해 2월부터 세관 자체수집 정보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외환자료를 바탕으로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해외 소재 가상자산 거래소에서의 가상자산 구매와 관련된 불법 외환거래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국내·외 가상자산 시세차익을 노리고 시중 은행을 통해 무역대금으로 위장한 자금을 해외로 송금한 액수가 1조3040억원 규모다.
무역대금 가장 송금(가상자산 시세차익 획득 목적의 반복 거래) [자료=서울세관] 2022.08.30 jsh@newspim.com |
구체적 사례를 보면 A씨는 지인 명의로 국내에 여러 개의 유령회사를 설립한 후 화장품을 수입하는 것처럼 위장한 뒤, 수입 무역대금 명목으로 은행을 통해 해외로 외환을 송금했다.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으로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하고, 국내 전자지갑으로 이체한 후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하는 거래를 수백 차례 반복했다. 이를 통해 약 50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관세청은 외국환거래법 제15조 위반(허위증빙)에 따라 110억원 상당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해외에서 매수한 가상자산을 국내로 이전시켜 매도한 뒤, 특정인에게 자금을 지급하는 무등록 외국환 업무(송금·영수 대행업)도 수행했다. 관련 자금은 3188억원에 이른다.
해외에 거주하는 공범 B씨는 '해외→국내' 송금을 원하는 의뢰인들로부터 현지 화폐를 받아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한 뒤, 국내에서 무등록 환전소를 운영하는 B씨 소유의 국내 전자지갑으로 이체했다. B씨는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도해 원화를 확보한 뒤, 의뢰인들이 지정한 국내 수취인들에게 계좌이체 또는 현금으로 전달했다. 이를 통해 송금대행 수수료 및 국·내외 가상자산 시세차익을 거뒀다. 관세청은 외국환거래법 제8조를 위반(무등록외국환업)한 것으로 판단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검찰 송치 예정이다.
해외 가상자산 구매 희망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은행을 통해 무역대금을 가장한 송금을 대행하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러한 수법으로 해외 빼돌린 자금이 3800억원 규모에 이른다.
무등록 외국환업무(송금 대행) 영위 [자료=서울세관] 2022.08.30 jsh@newspim.com |
구체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운영하는 C씨는 모집 알선책을 통해 알게 된 가상자산 구매희망자 70여명으로부터 수년 간 4000억원을 전달받았다. 전달받은 금액을 본인 소유 회사 명의의 수입 무역대금 지급을 가장해 은행을 통해 해외로 송금했다. 이는 불법 송금대행에 해당되며, C씨가 챙긴 송금대행 수수료는 10억원에 이른다. 관세청은 외국환거래법 제8조 위반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가 끝난 뒤 검찰 송치 예정이다.
국내·외 가상자산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해외 출국 후 현지에서 직접 외화를 인출해 가상자산을 매수한 행위도 적발됐다. 매수 규모는 687억원에 이른다.
대학생 D씨는 본인 및 지인 명의로 발급받은 국내 은행 직불(체크)카드 수백장을 이용해 수십 차례 해외를 드나들면서 해외에서 외환을 출금했다. 출금한 외환으로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하고, 이를 국내 본인 명의 전자지갑으로 이체한 후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했다. 이는 외국환거래법 제16조를 위반(은행을 통하지 아니한 지급)한 행위로, D씨는 현재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다.
이민근 서울세관 조사2국장은 "국내·외 가상자산의 시세차익을 이용하기 위한 외환거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면서 "환치기 등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외환범죄에는 엄정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관세청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넘겨받은 23개 업체의 외환거래와 관련해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 서울중앙지검 및 금융감독원과 긴밀한 공조 하에, 이들 업체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국외 재산도치, 자금세탁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관세청은 무역대금을 가장한 불법 외환거래 차단을 위해 '기업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통한 은행 대상 '기업 수출입 정보' 제공 서비스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