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의 벌금 2억원은 재벌회장 피고인에게 코끼리 비스킷 수준"
"피고인의 지위와 책임정도를 고려해 엄중한 형이 선고돼야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검찰이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자신의 개인회사를 부당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해욱 DL그룹 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실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차은경 양지정 전연숙 부장판사)는 30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기소된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07.13 leehs@newspim.com |
검찰은 "이해욱 피고인은 DL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호텔사업을 추진하면서 에이플러스디(APD)를 설립했고 그의 아들과 함께 지분 100%를 소유한 APD를 성장시키기 위해 일감을 몰아줬다"며 "이해욱 피고인의 개인 회사가 아니었으면 직영호텔도 없는 신생회사 APD가 어떻게 호텔브랜드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이해욱 피고인과 그의 아들에게 지급된 부당이익이 25억원에 이르러 사회적으로 비난가능성이 높은 점,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반성하지 않고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에게 그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이해욱 피고인이 받은 순수 급여는 123억원에 이른다"며 "앞서 1심에서 선고된 2억원이라는 벌금형은 재벌회장인 피고인에게 형벌로서의 예방적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을뿐더러 이는 코끼리 비스킷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리한 양형조건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의 지위와 행사하는 책임정도를 고려해 엄중한 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원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주식회사 DL과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법인에게는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지 않다"며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 법에 위반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당시 상황이 어땠고 어떤 논의를 거쳐 이 사건 사업이 진행됐는지 부디 편견없이 봐주시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잘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선처를 부탁드린다"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선고공판은 오는 11월 3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대림산업 비용으로 개발한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의 상표권을 자신과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 APD에 넘겨주면서 자회사인 글래드호텔앤리조트로부터 브랜드 사용권 명목으로 31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이 회장에게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주식회사 DL과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법인에는 각각 벌금 5000만원과 3000만원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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