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린 환율…달러 매도 주저
네고 물량 나와도, 홀드 분위기 뚜렷
7월 외화 예금 33.3억달러 늘어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도 네고 물량(달러 매도)을 확 풀지 않고 달러 예금을 늘리고 있다. 환율 불확실성이 커지자 외환시장을 예의 주시하며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5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코 앞으로 다가왔으나 수출기업들의 적극적인 네고 물량 출회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통상 장기 연휴에 들어가기 전에 네고 물량을 쏟아내 필요한 원화 자금을 마련한다. 하지만 올해는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자 주저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시중은행 한 외환 딜러는 "수출 기업은 예상 환율을 회계상 잡아놓고 근접하면 (달러를) 팔자 분위기이지만 (예상치를) 넘으면 얼마를 갈지 모르니 주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이 높아 (달러) 매도가 우위라 물량을 팔지만 쟁여놓고 아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고환율이 지속이라 선도든 분할이든 네고 물량은 있지만, 환율이 높을 때 (달러를) 파는 게 유리하므로 기업들이 최대한 들고 있다가, 홀드했다가 팔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2409.41)보다 0.66포인트(0.03%) 오른 2410.07에 개장한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785.55)보다 1.05포인트(0.13%) 내린 784.83에 거래를 시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62.6원)보다 2.4원 상승한 1365.0원에 개장했다. 2022.09.05 pangbin@newspim.com |
수출 기업은 달러를 외환시장에 바로 내놓는 대신 외화 예금 형태로 일단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업이 보유한 외화 예금은 759억달러로 한 달 전인 지난 6월(725억7000만달러)보다 33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달러화 예금은 610억4000만달러에서 639억8000만달러로 29억4000만달러 늘었다. 증가한 외화 예금 대부분이 달러였다.
외환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지며 네고 물량이 대량 출회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네고 물량이 나와도 원/달러 환율 급등세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요인에는 달러 수급 불균형뿐 아니라 미국과 한국 금리 역전 우려, 경기 하방 우려에 대한 안전 자산인 달러 선호 강세 등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실제로 '강달러'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은 연일 연고점을 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23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71.6원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인 지난 2일(1362.6원)에 세운 연고점을 또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넘어선 적은 2009년 4월 1일(고가 기준 1392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정부와 외환 시장에서는 미국 달러 강세와 한국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으로 원/달러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미국 달러와 주요 6개 나라 통화를 비교한 미국 달러지수는 110으로 전 거래일 대비 0.44 올랐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고용지표가 양호하며 견고한 수요를 시사했으나 미국채 금리 하락과 뉴욕 증시 하락 등 안전자산이 선호된다"며 "수출 네고와 당국 개입 경계에도 대외 불안에 환율은 상방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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