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전날 끝이 났다. 큰 이변이 없다면 이 후보자는 조만간 총장으로 임명돼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주요 질문거리 중 하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 통보였다. 요지는 검찰이 야당 대표를 직접 소환해 조사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다.
사회부 김현구 기자 |
민주당은 정치 보복성 소환이라는 입장이다. 소위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 후보자가 야당 대표인 이 대표를 검찰에 출석시켜 굴욕적인 장면을 연출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총장 직무대리로서 사건을 지휘하고 있다.
왜 검찰은 6개월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잠잠하다가 공소시효를 일주일 앞두고 나서야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해야 했을까.
우선 공직선거법 사건은 6개월밖에 되지 않는 단기 공소시효를 갖고 있다. 오는 9일 만료되는 선거법 사건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고소·고발이 진행된 사건들이다.
사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치러진 첫 선거 사건 수사 과정은 검찰에게 그리 좋지 않았다. 가뜩이나 선거 사건의 공소시효가 짧은데 주요 사건을 쥐고 있는 경찰로부터 사건이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입장에선 사건이 빨리 넘어와야 기소나 보완수사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것이다. 검찰의 한 고위간부는 "선거사건은 법리가 복잡하다"며 "보통 일선과 대검찰청이 자주 소통하며 판단하는 데 이번에는 너무 촉박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경찰도 매한가지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업무 과부하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과 경찰이 단절되면서, 검찰은 과거처럼 경찰의 수사 상황 등을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오로지 경찰의 처분만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지난달 26일 이 대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공소시효가 2주 남은 시점이었다. 5개월 반 동안 진행된 경찰 수사에 대해 검찰은 단 2주 만에 검토하고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해야 했다.
검찰은 이미 지난달 19일 이 대표 측에 서면조사를 요청하면서 일주일의 기한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당대표 선거로 한창 바빴다고 하지만 서면조사에 응하지 않고, 그 이후에도 기한을 특정하지 않아 검찰에게 남은 방법은 소환 통보밖에 없던 것이다.
특정인물에 당대표라는 타이틀이 붙었다고 해서 그에 대한 조사도 없이 무혐의 처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검찰 입장에선 이 대표를 직접 조사해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반대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조사 없이 이 대표를 기소했다면 어땠을까. 아무리 못해도 그에 따른 파급력과 검찰을 향한 야당의 반발은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컸을 것이다. 결국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이 대표와 야당의 검찰을 향한 공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야당이 검찰을 개혁 대상으로 점찍은 점은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자신들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가 이뤄질 때마다, 이를 공격으로 치부하려면 적어도 '공정성' 내지는 '중립성' 등을 언급하진 않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모두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정치권과 검찰의 이같은 소모적인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해 자신의 혐의를 성심성의껏 소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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