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소통창구'된 블로그...이용자 61% 2030
일기쓰기 '챌린지'로 소비 절약하고 성취감 얻어
[서울=뉴스핌] 지혜진 최아영 기자 = #. 직장인 배지영(28) 씨는 지난해부터 인터넷 블로그 챌린지에 참여하며 주 1회 이상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있다. 처음에는 매일 '쓴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참여했으나 이제는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정제된 글로 옮기려 노력하고 있다.
그는 또 블로그 챌린지를 하며 다른 블로거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참가 보상으로 응원 선물 등을 받았다. 블로그가 성장하면서 체험단 권유도 받아 중국어 회화 등 평소 하고 싶던 것도 배웠다.
지난 2003년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선보인 블로그 서비스는 그동안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시각 콘텐츠 중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밀리는 양상을 보였으나 최근 들어 MZ세대가 많이 찾는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블로그 챌린지란 매주 일정 횟수 이상 블로그에 주간일기를 작성하는 이벤트다. MZ세대는 이벤트에 참여하며 일기쓰기를 하나의 놀이로 향유하고 블로그를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챌린지에 참여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나 아이패드 등 상품을 지급한다는 점도 MZ세대의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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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 연령대 통계. [자료=네이버] |
11일 '2021 네이버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약 200만개의 블로그가 새로 만들어졌다. 이용자 연령대도 20대가 35%, 30대가 26%로 2030세대가 과반(61%)을 차지했다. 블로그에 새로 기록된 글 수도 약 3억개에 달한다.
◆ '진짜 일상' 기록하며 소통‧절약‧갓생 잡는 MZ세대
참여자들은 매주 일기를 쓰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 이를 공유하며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블로그 챌린지의 장점으로 꼽았다. 배씨는 "다른 SNS는 사진 위주, 자랑 위주인 것 같아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블로그는 그에 비해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느낌이고 또 정보성 글도 많아서 성격이 다르다보니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블로그를 이용해 온 정수빈(26) 씨는 지난해부터 인스타그램을 접고 블로그 활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나랑 굳이 친하지 않은 사람의 일상을 낱낱이 보는 게 피곤했고 어딜 갈 때마다 일단 예쁜 사진부터 찍고 보는 나 자신이 짜증났다"며 "카페나 맛집을 가도 SNS에 올릴 법한 곳을 가야 된다는 생각이 은연 중에 들곤 했지만 블로그는 이런 압박에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기에 쓸 사진을 고르기 위해 갤러리를 보며 내 일상을 되돌아보고 나 스스로 일주일을 정리하게 된다"며 "친구들끼리 서로 꾸밈 없는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이용자들이 서로 일기쓰기를 독려하고 상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트위터 이용자(@***_oyy)는 "블챌(블로그 챌린지) 놓치지 말고 다들 올려주기. 오늘 일요일이예요!"라고 독려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ooly)는 "우리 양심적으로 일요일되면 블챌 쓰자고 서로 말해주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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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배 씨가 운영 중인 블로그 캡쳐. 2022.09.08 youngar@newspim.com |
챌린지 완주에 보람을 느끼는 이용자도 많았다.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과 더불어 사이버머니, 쿠폰 등 리워드를 받으며 '갓생' 살기에 한발 더 나아갔다는 것이다. 갓생은 '신(GOD)'과 '인생'을 합친 신조어로 현실에 집중하면서 세운 계획을 실천해나가는 생산적인 삶을 뜻한다.
한 트위터 이용자(@***y777)는 "블로그 챌린지로 5000원 받았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chya)는 "그래도 힘내서 블로그 챌린지 해내고 있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상호작용을 통한 '확장된 인간관계'라고 진단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존의 플랫폼 안에서는 보여주기에 집중했다"며 "블로그의 경우엔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유지하되 글을 통해 좀 더 내밀한 관계를 원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표피적인 익명성에 숨어서 자랑하는 것만이 아니라 같이 챌린지를 하고 서로를 북돋으며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관계 맺기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youn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