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사업에 건설사 2곳 참여
분상제 및 선분양으로 자재값 인상분 수용 부담
건자재업계, 올해 원재료 30% 뛰어..."대금 조정해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중소기업 특히 전문건설업계의 14년 숙원인 '납품대금 연동제'가 시범 운영에 들어갔지만 건설사의 참여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로 비용을 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하청업체의 원재료값 상승분까지 떠안으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임금 상승과 공사 지연 등으로 사업비가 점차 늘어 대부분의 건설사의 연간 이익 추정치가 대폭 낮아졌다. 그럼에도 원자재 하청업체의 생산비용 부담이 극심하다는 점에서 납품대금 연동제를 일부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영업이익 줄어든 건설업계, 납품대금 연동제 부담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원자재값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납품대금단가 연동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위탁기업 중 건설사는 단 두 곳에 그쳤다. 삼성물산과 부영그룹이다. 총 41곳이 신청했다는 점에서 건설사 비중이 4.8% 불과하다.
'납품대금 연동제' 첫발에도.건설사들이 비용부담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 공사현장 모습.<사진=윤창빈 기자> |
납품대금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그만큼의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해 수급기업인 중소기업에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납품대금 계약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원가부담이 증가한 상황에서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거나, 오히려 인하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원청과 하청 간 불평등 계약관계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정부가 자율적인 참여 확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비용부담에 건설사들이 난색을 보이는 있다. 통상 건설사는 건설 자재를 납품하는 하청업체와 연간 단위로 계약을 한다.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공급받고 매출원가를 관리를 위해서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이슈로 치솟은 건설자재 부품 단가를 인상하면 가뜩이나 낮아진 수익성에 문제가 커진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원자재값이 하락하더라도 하청업체가 대금을 낮추지 않는 것도 이유로 들고 있다. 납품대금 연동제가 원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라는 것이다.
게다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분양 사업의 이익률이 크게 낮아진 상태다. 분양가를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다보니 적정 이윤을 남기기 어려워졌다. 임금 인상과 공기 지연으로 사업비가 늘자 건설사 대부분이 연초 예상한 영업이익 추정치를 15~30% 낮췄다.
대형 건설사 자재담당 관계자는 "해외에서 직접 수입하는 원자재값뿐 아니라 노동자 임금 등 판매관리비가 크게 늘어난 상태"라며 "창호와 시멘트, 철근 등 납품기업의 대금까지 연동제로 인상하면 사업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 중소 자재업계 "생산비용 30% 넘게 올라 도산 위기"
건설사들이 남품대금 연동제에 난색을 보이고 있지만 중소기업 납품기업들은 대금의 인상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지난 2008년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도입 검토가 공론화됐다. 납품단가 조정협의 제도가 도입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위탁기업의 반대로 이렇다 할 제도 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초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연동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6월에는 국민의힘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새정부 '당론 1호'로 법안 발의하면서 법제화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중소 자재기업은 원청과 하청의 불평등한 힘의 구조를 없애고 과도한 비용부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연동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콘크리트업계 관계자는 "원청과 연간 단위로 계약하는데 현재 납품단가는 작년 말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라며 "시멘트와 합판, 철근 등의 가격이 올해에만 20~30% 상승한 상황이라 건설 하청업체의 대규모 도산도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유병조 한국창호커튼월협회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입법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06.30 kilroy023@newspim.com |
최근 원자재값이 급등한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국내 건설자재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8.5%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체 101개 건설자재 중 가격이 급등(전년 대비 10% 이상)한 품목 수 비중은 2020년 말 8.9%에서 올해 초 63.4%로 크게 늘었다. 건설자재는 코로나19 장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적인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가격이 두드러졌다.
건설업계와 연계된 하청기업이 상대적으로 많고 대금조정을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건설사의 연동제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정책연구원 박선구 연구위원은 "타 산업에 비해 건설사의 대금조정 비율이 부진한 만큼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해 보인다"며 "납품대금 연동제의 입법화뿐 아니라 추가적인 원자재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도 논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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