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폭 감산
90달러 아래로 하락한 유가 방어 의도로 풀이돼
"美 전략 비축유 방출로 맞대응 나설수도"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 'OPEC플러스'(+)가 5일(현지시간) 하루 200만배럴(bpd)의 감산을 결정했다.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대 규모의 감산이다.
OPEC+는 지난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 초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에 대응해 하루 산유량을 580만배럴 감산했다.
오펙(OPEC·석유수출국기구)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후 점진적으로 산유량을 늘리다가 지난 9월 회의에서 10만배럴 감산을 결정했다. 지난달 회의보다 이번 회의에서 대폭 감산 규모를 늘린 것은 최근 가팔라지고 있는 유가 하락을 저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제 유가는 지난 6월 120달러를 넘어서며 정점을 찍은 이후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 등이 겹치며 하락세를 이어왔고 최근에는 90달러 아래로 밀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90달러를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는 OPEC+가 위기감을 느끼고 대대적인 감산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 속에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오히려 증산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이기도 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미국 측이 펀더멘털 상황을 이유로 OPEC에 감산에 나서지 말기를 요청했으나 이 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먹인사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들은 "OPEC+의 큰 폭의 감산 결정으로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전했다.
JP모간 역시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감산에 맞서 전략 비축유 방출로 맞대응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 이날 OPEC+의 감산 결정이 알려지고 난 이후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OPEC+를 비롯한 해외 산유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OPEC+의 결정에 대해 지난 여름 산유량을 늘린 이후 "숫자를 다소 조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OPEC+는 사실상 일일 350만배럴을 추가 생산하고 있다고 말해왔는데, 따라서 (이날의 감산 결정은) 실제 (목표) 생산량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의 결정에도 미 동부시간 5일 오전 10시 20분 현재 WTI 선물 11월물 가격은 배럴당 85.96달러로 0.65% 하락 중이다. 브렌트유 12월물은 0.27% 빠진 91.5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는 이날 OPEC+ 정례회의를 앞두고 일일 최대 200만배럴 감산이 예상된다는 보도에 어제까지 이틀간 오름세를 보였다. 국제 원유 선물가는 어제까지 이틀간 8% 넘게 오르며 4월 중순 이후 최고 오름폭을 기록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