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北공개 사진서 잇따라 숨겨져
오빠 단골 수행해 권력실세로 부상
"2인자 부각에 부담 느꼈을 수도"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최근 북한이 공개하는 영상에 나타난 김여정의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사실 '나타났다'고 하기에는 어색할 정도로 꽁꽁 숨겨지거나 가려진 장면이 포착되는데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경대혁명학원 방문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평양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해 원생들의 수영시범을 참관하고 있다. 뒷편으로 여동생인 김여정(붉은 원) 노동당 부부장이 살짝 드러난다. 김여정 옆으로 군관에 가려진 현송월 부부장과 수행 역할을 하는 여성의 모습도 보인다. 김정은 오른쪽에 앉은 이는 부인 리설주. [사진=조선중앙통신] 2022.10.17 yjlee@newspim.com |
일요일인 16일 만경대혁명학원을 찾은 김정은은 원생들의 권총사격과 수영 시범 참관하고 식당에 들어 급식 상황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이날 방문 행사에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조직 비서인 조용원과 상무위원 겸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박정천 등 핵심 간부와 김여정, 당 부부장 현송월 등이 수행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공개한 10여장의 사진에 김여정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한참을 눈여겨 살핀 뒤에야 김여정을 가까스로 찾을 수 있었는데요. 초점이 맞지 않아 희뿌옇게 윤곽만 드러났지만 김여정의 모습임에 틀림 없습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새벽 평남 개천에서 발사된 순항미사일을 모니터로 지켜보고 박수를 치고 있다. 리일환 노동당 비서에 거의 가려진 김여정(붉은 사각형) 당 부부장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2.10.17 yjlee@newspim.com |
이런 양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2일 새벽 김정은이 평양에서 100km정도 떨어진 평남 개천에서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을 때 북한은 김여정의 참관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터널로 추정되는 참관 장소에서 당 간부들 사이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는 김여정의 얼굴이 살짝 드러납니다.
김여정은 2011년 12월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처음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당시엔 김여정이라고 추정됐지만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었죠.
이후 2014년 3월 9일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 선거장에 오빠와 함께 나타나 처음으로 공식 등장했습니다.
이때부터 김여정은 북한 권력 내부에서 "모든 길은 여정 동지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이 쏠립니다. 모두가 절대 권력자인 오빠의 후광 덕분이라 할 수 있죠.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서울에 특사로 파견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공동취재단] 2022.10.17 yjlee@newspim.com |
최근 북한 영상에서 거의 지워지다시피 하는 김여정의 모습은 아마도 2인자로 자리 잡은 김여정에 대한 이런저런 권력 안팎의 여론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의 결과로 보입니다.
김정은 주도의 잇단 핵과 미사일 도발 국면에서 김여정의 등장은 각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아마도 유사시 후계권력으로까지 거론되는 만큼 전술핵 운용 훈련 현장에 김정은과 함께해야 하는 상황이 필요했을 겁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얼굴을 내밀기에는 뭔가 부담되는 상황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현장에는 함께하되 영상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 적절한 배합이 보일 듯 말 듯한 김여정의 영상 속 모습을 연출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때로는 김정은 유일지배에 힘을 더 집중시켜 주기위해, 또 어떤 때는 부인 리설주의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위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관영 매체 사진 속 김여정의 모습은 앞으로도 적당히 가려지거나 축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