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들 진술 일관되지 않아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 등 혐의만 인정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법원이 환자들에게 마취유도제를 투여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서울 강남의 한 병원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20일 준강간, 강간, 강제추행, 폭행,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52) 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 의료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로 보고 준강간, 강간, 강제추행 등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피해 시기와 범행에 대해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전후 서로 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고 다른 피해자는 통화내용을 확인한 결과 이해관계에 따라서 성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또 다른 피해자의 경우 휴대폰 포렌식을 진행한 결과 범행 시기의 내용이 일괄적으로 지워지거나 누락된 경우도 있었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긴 경우도 있다"며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 준강간, 강간, 강제추행 등에 대해 범행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의료법 위반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병원을 운영하며 환자들에게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하고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고 사용 내용도 허위로 작성하는 등 범행 근거, 횟수, 금액 등을 볼 때 책임이 무겁다고 본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자신이 병원장으로 있던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에토미데이트'를 치료 외 목적으로 환자에게 상습 투약하고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에토미데이트는 전신마취 유도제로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오남용 우려가 제기된 약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환자에게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해 항거불능 상태인 환자를 강제로 눕혀 간음하고 신체 일부 부위를 만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이마나 엉덩이를 때려 폭행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4명으로 알려졌다.
또한 A씨는 환자 13명에게 진료 목적으로 에토미데이트를 사용한 것처럼 진료기록부 18매와 피부관리기록지 8매를 허위 작성하고 2018년부터 2021년까지 62회에 걸쳐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아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재판에서 의료법 위반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지만 성범죄 관련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youn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