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자금조달 비상…채권시장 악화 불가피
금융당국, 이번주 콜옵션 포기 파장 예의주시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흥국생명에 이어 DB생명도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 행사를 연기하면서, 보험사들의 유동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보험사들의 이번 콜옵션 미행사로 자금조달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이번주 시장의 관심은 강원도 레고랜드발 자금경색에 이어 보험사들의 콜옵션 포기 파장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흥국생명과 DB생명은 각각 5억 달러(발행 당시 약 5571억원) 규모 달러화 신종자본증권과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차환 발행을 통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다. 흥국생명과 DB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지난 2017년 발행된 것으로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이 연기된 건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해서 디폴트(채무불이행)인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을 새로 조달할 때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거나 조달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회사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의 충격은 다른 시기에 비해 그 여파가 클 수 있다"며 "우선 다른 보험사들도 달러 표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한화생명과 KDB생명은 내년 4월과 5월에 각각 10억 달러, 3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일을 맞게 된다. 동양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3억 달러, 5억 달러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상태다.
시장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즉각 "(흥국생명과 DB손보는) 투자자와 사전협의를 통해 연기(계약 변경)한 것으로서 조기상환권을 미이행한 것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DB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해외 발행이 아닌 국내 발행건으로서 해외 투자자와 관련이 없다"며 "이번 신종자본증권 투자자는 소수이며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아니므로 채권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말까지 생명보험사들의 유동성 평가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최근 보험사들이 미행사한 것과 관련해 "(콜옵션) 관행이 깨진다는 것에 대해선 여러 입장이 있다"며 "필요하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나오는 보험사 자금난 우려에 대해 선을 그은 셈이다.
하지만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금리상승에 이어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한국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과 차환을 통한 조달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생보사들의 콜옵션 포기 사태가 단기자금시장 경색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우리은행이 후순위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한동안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에 대해 투자자들은 증권 조기상환이 어려울 정도로 자본력이 약화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 경우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투심은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이번주 생보사의 콜옵션 포기가 채권시장에 미칠 파장에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번주 채권시장안전펀드를 통해 시장 소화가 어려운 여전채 매입을 시작하고, 1차 추가 캐피탈콜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은행권 금융시장 점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주 1회 개최하는 등 상시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기자금시장 및 채권시장, 대출시장 등에서의 자금흐름과 은행권의 자금조달·운용 현황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