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여성' 성전환자 A씨 등록부정정 신청
1·2심 신청기각 판결..."자녀 혼란 우려"
전원합의체 "성전환자도 헌법상 기본권 누려야"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더라도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 정정을 허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불허했던 종전 판례가 11년 만에 뒤집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24일 A씨가 제기한 등록부정정 소송 재항고 사건 선고기일에서 A씨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A씨는 2013년 성주체성장애(성전환증) 진단을 받고 2018년 태국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했다. 이후 여성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하고 사회생활 중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 2021.06.16 pangbin@newspim.com |
2012년 결혼을 통해 두 명의 미성년 자녀를 뒀지만 성정체성 문제로 이혼한 A씨는 가족관계등록부에 명시된 본인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해달라며 등록부정정 신청을 했다. 자녀들은 전 부인이 양육하고 있으며 A씨의 성전환 이후 그를 아버지가 아닌 고모로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대법원 판례를 들어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전합은 2011년 9월 "성전환자가 현재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 정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에 1심과 2심 또한 "미성년 자녀는 아버지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뒤바뀌는 상황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해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그 밖의 미성년 자녀들의 복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신청인의 사건 성별 정정 신청은 허가하지 아니함이 상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전합은 헌법상 기본권을 근거로 A씨의 성별 정정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해 사건을 서울가정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전합은 "성전환자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존업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며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도 인간으로서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가족관계에 번화를 가져오는 부분 없지 않지만, 이는 성전환이라는 사실이 발생함에 따라 부모의 권리와 의무가 실현되는 모습이 그에 맞게 변화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라며 "부 또는 모의 성별이 정정된 사실이 등록부에 노출되면서 미성년 자녀에게 발생하는 차별의 문제는 국가가 관련 제도를 보완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 만으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가하지 않는 것은 국제 인권 규범에 반하고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 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을 비롯해 그와 같은 취지의 결정 모두 변경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동원 대법권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 대법관은 "2011년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불허한 전원합의체 결정은 2006년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성별 정정을 불허가 할 수 있는 경우로 밝힌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추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의미를 명확히 한 것이지 성별 정정 허가에 있어 독자적인 소극 요건을 새롭게 설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결정은 우리 법체계 및 미성년자인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고, 사회 일반의 통념에도 들어맞는 합리적인 결정이므로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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