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가능한 냉장제품, 냉동해 유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
1심 집행유예·2심 무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포장이 완료돼 판매 가능한 '냉장육'을 임의로 다시 냉동해 '냉동제품'으로 유통하는 것은 허위표시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가금류 가공 및 저장 처리업을 하는 B사의 지방 영업본부 이사로 회사에서 생산하는 축산물의 영업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2014년 9월 회사 직원들에게 포장이 완료된 닭고기(신선육) 1만5120마리에 '냉동육' 스티커, '유통기한 10일' 표시 위에 '유통기한 24개월'로 기재된 스티커를 부착하게 하는 등 2014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약 13만1290마리의 냉장육 유통기한과 제품명을 허위 표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냉동육으로 주문받아 판매했으므로 '제조일로부터 24개월까지'의 유통기한 표기가 허위라고 볼 수 없고, 제품명 '닭고기(신선육)' 표기 또한 냉동스티커 상세표기 하단에 냉동보관 등 사항이 기재돼 있어 허위표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이같은 행위가 허위표시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그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사에는 벌금 3000만원을 내라고도 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축산물의 표시기준으로 유통기한을 명시하도록 돼 있고, 함부로 이를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유통기한을 변경·연장하기 위해선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냉장육을 냉동육으로 전환하는 경우엔 관청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재판부는 "A씨는 냉장육으로 포장 완료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해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점에 이르자 냉동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으로 표시를 변경해 공급했다"며 "불법으로 냉장육을 냉동전환하고 임의로 냉동제품의 유통기한을 적용할 수 있다면 축산물위생관리법의 냉동전환절차를 해치게 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은 1심과 달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축업자가 도축한 후 즉시 냉동한 닭만을 냉동제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고, 냉장용 비닐포장지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고 해 냉장제품으로 생산 완료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거래처로부터 냉동육으로 주문받아 최종생산 및 유통돼 포장지에 냉동육에 관한 제품명, 보관방법, 유통기한이 기재된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으므로, 제품명에 '닭고기(신선육)'이라 기재돼 있다고 해 거래처 등 소비자가 오인할만한 가능성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2심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냉동육을 전제로 한 '24개월' 유통기한 표시는 허위표시에 해당하지만, '신선육' 제품명 표시는 사실과 일치해 허위표시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포장을 완료해 판매 가능한 상태에 이른 닭 식육의 냉장제품을 다시 냉동해 냉동제품으로 유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며 "따라서 A씨가 제조일자 날인과 포장 등 생산이 완료된 냉장육을 거래처의 냉동차고로 배송해 냉동시킨 것을 정상적인 냉동육 생산 과정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거래처에 대해서도 원심이 인정한 기록만으로는 A씨가 냉장 상태인 닭고기의 비닐포장지에 같은 스티커를 덧붙인 후 냉동 상태로 만든 것인지, 냉장 상태의 닭고기를 냉동 상태로 만든 후 스티커를 덧붙인 것인지 등을 알 수 없어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심은 스티커를 덧붙인 시점과 경위, 그에 이르게 된 동기와 전후 과정 등을 더 심리해 허위표시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포괄일죄로 원심 판결을 전부 파기해 청주지법으로 환송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