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감독 업무 재량근로 대상…인식 확립되지 않아 근로조건 악화"
"구체적 근무시간 예측 어려워…근로기준법과 동일·유사 방법으로 가능"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영화업자가 영화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한 것은 영화업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영화비디오법) 제3조의4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2022.09.27 kimkim@newspim.com |
청구인 A씨는 2018년 영화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영화비디오법 제3조의4는 '영화업자는 영화근로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영화근로자의 임금, 근로시간 및 그 밖의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제96조의2는 '제3조의4를 위반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항소했고 항소심은 사실오인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 공소사실 중 일부에 대해선 무죄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기각해 형이 확정됐다.
1심이 진행되던 중 A씨는 영화비디오법 제3조의4, 제96조의2 등이 자신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해당 조항들은 공소사실과 무관하다는 등의 이유로 각하되고 나머지 부분은 기각됐다. 이에 A씨는 항소심 선고 전 같은 조항들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씨는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라고 규정한 부분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는지 불분명해 죄형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영화제작업무의 성질상 영화근로자는 업무 수행에 상당한 재량이 인정돼 근로계약보다는 도급계약 가까운 성질을 지니며, 영화제작계약과 일반적인 근로계약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영화업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영화비디오법의 조항들이 A씨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우선 헌재는 "영화근로자는 전문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특수성이 있고, 프로듀서나 감독 업무의 경우에는 재량근로 대상 업무에 해당한다"면서도 "이러한 업무의 성질로 종래에 영화근로자가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충분히 확립돼 있지 않았는데 그 결과는 근로조건의 악화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관행으로 인해 많은 영화근로자들이 고용불안이나 임금 체불에 노출됐고 촬영현장에서의 각종 변수에 따라 근로시간이 지나치게 길고 불규칙해지는 등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문제도 자주 지적됐다"고 덧붙였다.
또 헌재는 "근로기준법에서 근로계약 체결 시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근로시간이 근로계약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 중 하나이고, 핵심적인 근로조건을 근로계약 체결 당시에 미리 알리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영화근로자도 근로시간 등 기본적인 사항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영화제작 등의 업무는 특성상 근로시간의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면서도 "다만 특정한 날의 구체적인 근무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적어도 1일, 1주 등 일정한 기간을 기준으로 근로기준법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법으로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헌재는 "재량근로 대상 업무라고 하더라도 근로계약 체결 당시에 근로시간을 명시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사용자와 근로자대표 사이에 재량근로에 대한 서면 합의가 이뤄질 때에도 간주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므로 근로시간을 명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헌재는 "따라서 영화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영화업자에게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알릴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여타의 사용인과 마찬가지로 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시간을 명시하도록 하고 위반 시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영화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영화업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헌재는 제3조의4에 명시된 '구체적'이란 뜻 영화제작과정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의 조정이 이뤄질 수 있는 범위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알리라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며 별도의 판단을 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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