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 발행한도 확대 불가피…정부 재추진
SMP 상한제·정부 지원·대출 방안 역부족
경영 안정화 위해 범정치권과 논의 필요해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올해 한국전력의 영업적자가 3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금조달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전채 추가 발행을 위한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또 전력도매단가(SMP) 상한제 시행에 따라 피해를 호소하는 민간발전사들의 소송도 예고되고 있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폭을 확대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일종·구자근 국민의힘 의원과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한전채 발행한도를 현행 2배에서 5배로 확대하되 긴급하게 필요한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승인 하에 그 한도를 6배로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00회 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2.12.08 leehs@newspim.com |
당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현재 한전이 적자인 점을 감안해 회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날 법안이 최종 부결돼 한전의 추가 채권 발행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산업부와 한전은 올 연말까지 40조원으로 예상되는 한전의 적자를 일정부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한전채 추가 발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한전 역시 그동안 지속적으로 한전채 발행을 이어왔다.
일각에서는 한전채의 신용도가 높다보니 일반 기업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흡수하는 '채권 블랙홀'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한전 적자 폭이 상당한 만큼 우선 적자를 줄여 안정적인 전력공공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그동안 의견이 모였다. 실제 국회 산자위 여야 의원이 이번 개정안 통과에 의견을 모을 정도였다.
개정안 부결로 당장 한전의 자금경색이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지난 8일 오후 늦게 입장문을 내고 조속한 시일 내 한전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산업부는 입장문에서 "이번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은 한국전력 경영 정상화와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며 "올해 말 한전채 발행 잔액인 72조원이 현행 법에 따른 한전채 발행한도(약 40조원, 자본금+적립금의 2배)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전법 개정안의 부결에 대해 산업부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반대 의중을 내비쳤다. 이후 개정안을 내놓더라도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그나마 지난 1일 SMP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한전의 전력 도매 시장 구매 부담이 다소 줄어들었다. 정부의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규칙에 따르면 직전 3개월 평균 MP가 최근 10년동안 평균 SMP의 상위 10% 이상이면 1개월간 SMP에 상한을 적용한다.
이렇다보니 한전은 SMP 상한을 적용해 30~40%정도의 원가를 절감하게 된다. 이를 계산하면 월 7000억원의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난관이 뒤따른다. 민간 발전업계가 가격이 치솟는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부담을 자신들에게 전가시킨다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SMP 상한제 적용으로 민간 발전사의 수입이 상한제 이전 대비 절반가량으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에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민간발전협회 등 업계가 SMP 상한제 시행에 반발해 소송 등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SMP 상한제 시행으로 한전의 적자를 일부 해소할 지는 모르겠으나 근본적인 해결안은 아니다"라며 "직도입 발전사들이 가스를 값싸게 살 유인이 사라지게 되고 이는 곧바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MP 상한제를 적용하고 있으나 3개월을 초과해 연속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고 도입 1년 뒤에는 조항이 일몰되는 등 장기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SMP 상한제가 한전 적자를 해소하는 데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모습. 2022.06.15 leehs@newspim.com |
시선은 이달 말께 결정되는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폭에 집중된다. 이마저도 상승폭을 높이는 것 자체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물가 정책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초부터 물가인상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투입이나 은행 대출 확대 등이 또다른 방안이기는 하다.
이와 관련 내년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 재정을 적자에 투입한다는 데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대출도 단기 대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한전의 적자가 계속 쌓이게 되면 자칫 경영 쇼크로 이어져 전력체계에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며 "급한 불은 꺼야 하겠으나 공공기관 경영의 근본적인 대책 역시 함께 찾아야 한다는 데 범정치권과도 진정성을 갖고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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