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환경적·구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내년부터 0세 유아 부모에 월 70만원 지급
출산율 사교육비·주택 가격·실업률과 연계…지난해 감사원 연구 용역 결과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2027년까지 양육에 필요한 비용 등을 부모에게 통합 지급하는 내용의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을 발표했지만, 양육비용 경감과 출산 장려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가정의 지출 구조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교육비에 대한 근본적 대책은 빠져 '헛돈 쓰는 보육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13일 내년부터 '만 0세' 아동 양육 가구에 월 70만원, '만 1세' 아동을 양육하는 가구에 월 35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만 0~1세 양육가구에 부모급여가 도입된다. [자료=보건복지부] 2022.12.13 kh99@newspim.com |
이번 기본계획은 부모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가정에서 양육하는 경우 0세는 월 30만원,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월 50만원을 지급하던 것을 내년부터 0세는 월 70만원으로 단일 지급하기로 했다. 만 1세는 가정양육은 월 35만원을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월 50만원을 지급한다.
양육에 필요한 비용과 어린이집 이용 비용을 부모에 통합해 지원해 양육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출산을 장려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연간 합계출산율이 0.81명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5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지난 2분기(0.75명)와 3분기(0.79명)의 합계출산율이 연속으로 0.7명대를 기록하면서 연간 출산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 정책도 근본적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교육비, 실업률 등 출산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감사원이 한국행정연구원으로부터 연구용역을 통해 밝힌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실태'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비, 주택 가격, 실업률은 출산율·혼인율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가 높아지면 출산율·혼인율이 낮아진다는 것이 해당 연구의 결론 중 하나였다.
앞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내놓은 '교육과 출산 간의 연계성에 관한 거시-미시 접근'이라는 연구 보고서도 교육비가 출산율에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1985~2014년의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합계출산율과 교육비 납입금, 학원비 등의 상관관계가 분석 대상이었다. 교육비와 합계출산율이 '음의 관계'를 보이는 경향을 보였으며, 높은 교육비가 출산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취지의 연구 결과였다.
/제공=교육부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2.03.11 wideopen@newspim.com |
최근 사교육비는 급증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1조원이었지만, 지난해는 총 23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 대비 20% 넘게 늘었고,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1 자녀를 둔 가정에서 월평균 65만5000원이 사교육비로 쓰였다.
이민호 한국행정연구원 규제정책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산과 사교육비 증가와의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저출산은 '환경적·구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출산·양육) 환경에 대한 변화 없이 단순하게 지원금을 늘리는 등의 대책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