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 위기에도 K푸드는 성장...식품가 해외 집중
현지 법인 세우고 공장 짓는다...글로벌 기반 다지기
원가 상승·소비침체 우려 등 불확실성은 극복과제
2023년. 내년에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다. 국내 산업계는 속속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는 여전하고 미·중 간 무역분쟁도 시름을 깊게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진행형이다. 산업계의 기업들에게는 악재의 연속이다. 내년 비상경영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산업계의 위기 속 기회 찾기는 어떻게 될 것인지 전망해본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올 한해는 'K푸드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라면, 만두, 김치 등 K푸드는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내년에도 글로벌 영토 확장에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성장한계에 부딪힌 국내 시장 대신 해외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K푸드 훨훨...세계인 입맛잡은 라면·만두·김치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농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77억7000만 달러 대비 4% 증가한 80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연간 농식품 수출액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85억6000만 달러) 기록에 바짝 다가선 수치다. 연말까지 기록을 집계하면 올해 역대 최고 수출액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BTS 공연장 앞에서 불닭볶음면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
주요 수출 품목을 살펴보면 이 기간 라면은 6억9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보다 14.5% 증가했으며 , 즉석밥·떡볶이 등 쌀 가공식품 수출액도 1억6350만 달러로 같은 기간 10.7%나 늘었다. 수출 효자 품목으로 부상한 '김'은 올해 6억2000만 달러 수출액을 달성하며 라면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성과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국내 수출실적이 뒷걸음질 친 상황에서 이뤄졌다. 전반적인 경기둔화 속에서도 글로벌 K-푸드 수요는 성장세를 나타낸 것이다.
수출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생산·판매하는 식품업체들의 올해 해외사업도 순항했다. 비비고 만두, 김치 등으로 유명한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 매출은 올해 3분기까지 3조7700억원을 달성, 연말까지 누적 5조원을 처음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심도 올해 북미 매출이 전년보다 23% 성장한 사상 최대 실적인 4억86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오리온, 롯데제과, 대상 등 식품기업들도 해외사업 성장세를 나타냈다.
◆현지 법인 세우고 생산시설 확대...글로벌 확장 본격화
내년에도 식품가의 해외시장 공략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제 올해 들어 업체별로 해외 공략을 위한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해외 현지 법인 및 공장을 짓는 등 제반 준비다. 성장성이 한정된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서 덩치를 키우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은 올 초 베트남에 지은 식품생산기지인 키즈나 공장을 본격 가동했으며 오는 2025년까지 추가설비 등에 1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 등에 수출하는 물량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다.
농심 미국 제2공장 외경. [사진= 농심] |
농심은 지난 4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연간 총 8억 5000만개 라면을 만들 수 있도록 설립한 제2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2025년까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시장에서 8억달러 매출을 달성, 일본을 제치고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불닭볶음면으로 수출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삼양식품은 지난 5월 연간 6억개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밀양공장을 준공했다. 확대된 생산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출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상그룹도 지난 3월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현지공장에서 김치 생산을 시작, 최근에는 폴란드에 김치 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오리온, 풀무원 등 업체들도 올해 해외 현지 공장을 신설 및 증설하며 현지 기반을 다졌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는 식품 트렌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BTS, 오징어게임 등 K팝과 K콘텐츠 인기가 지속되면서 K푸드에 대한 관심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올 초부터 지속된 수입산 원재료 가격 상승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침체 우려 등은 식품업계가 극복할 과제로 지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곡물, 유지류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도 오르면서 원가부담이 유독 높았고 아직도 불확실성이 커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라며 "다행히 해외시장 수요가 늘고 있어 계속해서 글로벌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