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의 주택시장 침체가 내년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부 지표에서는 2007~2009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주택시장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며 "이는 연준이 원하는 내년 경제활동 위축과 인플레이션 축소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제로 금리' 등으로 지난 2020년 3월 주택시장은 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넓은 공간의 주택 수요와 맞물려 과열됐지만 최근에는 강력한 연준의 긴축으로 그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판매 문구가 붙은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주택 [사진=로이터 뉴스핌] |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평균 금리는 지난 3월 4%에서 지난 10월 7%대로 뛰었다. 최근에는 6.3%로 다소 떨어졌지만 지난 11월 미국인들이 매달 내야 하는 모기지 상환액은 연초보다 43% 급등했다고 미 모기지은행협회가 밝혔다.
지난 11월 기존주택판매 건수는 409만건(연율)으로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미 모기지 대출 회사 패니 메이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기존주택판매 건수가 계속 감소해 내년에는 2006~2011년 미 부동산 버블 사태 때보다 적은 400만건 미만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거래 뿐만 아니라 임차료 상승도 둔화하는 추세다. 통상 늦은 봄은 미 전역의 대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임대 주택을 알아보는 시기여서 수요가 급증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미 임대 주택 소프트웨어 회사 리얼페이지의 제이 파슨스는 "우리는 이러한 시기를 처음 겪어본다"며 "강력한 일자리 성장에도 주택 수요는 적었다. 팬데믹이 미래의 수요를 앞당겼던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의 침체는 가전과 가구, 리모델링 등 관련 업계 수요도 떨어뜨리기 때문에 내년 인플레이션 완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주택 비용 자체로도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의 3분의 1,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6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연준 인사들이 내년 말 인플레이션이 현 6%에서 3.1%로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도 주택가격 하락과 임차료 상승 둔화를 염두해 둔 것이라고 신문은 부연했다.
다만 주택시장 침체 만으로 연준의 목표 물가상승률인 2% 달성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의 캠든부동산신탁 회사의 릭 캠포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의 경우 올해 들어 주가가 37% 떨어졌지만 직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임금 상승의 압력은 현재 진행 중이다. 3%란 기존의 임금 인상폭이 5~7%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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