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미대사관 외교관, 감봉 취소소송서 승소
美트럼프 방한 '3급 비밀 친전' 관리 소홀로 징계
"징계사유는 인정, 비위행위자보다 수위 낮아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19년 강효상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한미정상 간 통화내용을 누설한 주미대사관 소속 참사관의 상급자에게 부실 감독 책임을 물어 감봉 징계 처분을 한 것은 과도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외무공무원 A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주미대사관 의회과 소속 참사관 B씨는 2019년 5월 8일 고교 선배인 강 전 의원과 통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을 누설했다. 당시 B씨는 정무과 소속 참사관 C씨로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한 관련 내용이 담긴 3급 비밀 친전(親展) 복사본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부는 친전 누설 경위에 관해 국가정보원 조사단 현지조사와 외교부 감사단 특별감사 등을 거친 결과 정무과 및 의회과를 총괄하는 공관 차석 A씨의 보안업무 관리·감독 소홀이 원인이라고 결론내리고 A씨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중앙징계위원회는 A씨에 대해 정직 처분에 상응하는 중징계사유를 인정하되 A씨의 홍조근정훈장 수상 공적을 감안해 징계양정을 감봉 3개월로 감경하기로 의결했고 외교부는 이에 따라 A씨에게 감봉 3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감봉 3개월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고 외교부는 2021년 5월 중앙징계위 의결에 따라 A씨에게 다시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후 A씨는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 소청심사청구가 기각되자 같은 해 11월 재차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친전 배포 범위를 임의로 조정하고 정무과 직원 전원에게 무단으로 친전이 복사·배포됐는데도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등 보안업무 총괄자로서 친전 관리업무 수행을 적절히 감독하지 않았다며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A씨에 대한 처분의 징계양정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며 감봉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원고(A씨)의 과실이 친전을 정무과 전체 및 의회과에 직접 배포한 비위 행위자(C씨)의 과실에 비해 중하다고 평가하기는 부족하고 감독자인 원고에 대한 징계 수위는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비위 행위자보다 낮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외교부는 원고의 비위 정도가 약한 점,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장관급 표창을 2회 수상하며 아무런 징계전력 없이 성실하게 근무한 점, 개전의 정이 있는 점 등의 유리한 정상들을 전제로 징계 처분을 내렸다"며 "이러한 사정들을 참작하면 원고의 비위행위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로 볼 수 있으므로 견책 처분의 대상에 그친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 "원고가 수상한 홍조근정훈장은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에서 상훈감경의 대상으로 규정한 공적"이라며 "외교부는 중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종전 징계처분(감봉 3개월)에서는 상훈감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보다도 징계사유가 가벼운 이 사건 처분에서는 상훈감경을 적용하지 않았는데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사건 이후 외교상기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의원은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참사관 B씨는 징역 4월형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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